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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속 돈없는 2030의 알뜰피서법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서울 신림동 원룸에 사는 정모(28ㆍ여) 씨는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줄었다. 폭염에 원룸은 푹푹 찌는데, 에어컨은 전기료가 무서워 못 틀고, 선풍기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어놓자니 대로변이라 시끄럽고 방 내부가 훤히 보여 그럴 수도 없다.

정씨가 향한 곳은 집 앞 24시 카페. 정씨는 시원한 음료를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영화 한두 편을 본다. 그는 “밤 늦게까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더위가 좀 가시면 집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피서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2030들은 멀리 가는 휴가를 포기하고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알뜰 휴가’를 선택하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2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2명 중 1명은 여름 피서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로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어서(62.1%, 중복응답 가능)’가 압도적이었다.

이같은 청춘들이 찾는 곳은 시원한 카페다.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쉬지 않고 가동하는 에어컨, 음료 하나 시키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물, 편한 화장실과 전기를 쉽게 쓸 수 있는 시설까지 다양한 편의를 주는 공간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올해 1~3월과 비교해 4~6월 매출이 13.4% 늘었다.

올해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시원한 음료를 찾는 사람과 더운 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 관계자는 “특히 열대야를 맞아 24시간 운영하는 일부 매장들이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라고 전했다.

무더위에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도 등장했다.

대학생 김모(23) 씨는 지난 주말 에어컨이 잘 나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여자친구와 서울 시내 한 바퀴를 쭉 돌았다.

하지만 김씨는 “여자친구와 ‘서울구경ㆍ사람구경 잘 했다’고 이야기했지만 뒷맛은 좀 씁쓸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에어컨 안 틀고 원룸 온도 낮추는 법’이라는 게시물도 인기를 끈다.

보통 겨울철 창문에서 새는 한기를 막기 위해 설치하는 두꺼운 커텐을 달아 햇빛을 최대한 차단하라는 방법부터, 대형 각얼음을 사서 그 뒤로 선풍기를 틀어 시원한 바람을 만들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다.

한편 올해 처음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나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30대 남성이 28일 열사병으로 쓰러져 구급차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30일 밝혔다.

무더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당분간 남쪽으로부터 무더운 공기가 유입되며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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