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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경영권 분쟁]‘핏줄 보다 전쟁’ 택한 롯데형제…日롯데-韓롯데 이상한 구조가 ‘화’ 불렀다
-롯데 형제의 난, 원인의 뿌리 들여다보니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롯데가(家)의 진흙탕 경영권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세간의 곱잖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역시 ‘돈이 웬수’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고 “재벌가의 끝은 역시 재산싸움”이라는 자조 섞인 분석도일각선 내놓고 있다.

여기엔 근본적 물음이 뒤따른다. ‘형’ 신동주와 ‘동생’ 신동빈 간의 피 튀기는 경영권 분쟁이 왜 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한 때는 단란했던 가족이었는데…”.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1998년 울산 둔기리에서 가족들과 찍은 사진. 왼쪽부터 둘째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신 총괄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아들 정훈, 맏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 전 부회장, 큰 며느리 조은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의 장녀 규미, 둘째 며느리 시게미쓰 마나미, 신 회장 아들 유열, 차녀 승은. [사진=롯데그룹 제공]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일본롯데와 한국롯데 간의 이상한 구조가 꼽힌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진두지휘할때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 전혀 잡음이 없었다. 한국롯데는 어려움 속에서도 선전하면서 2013년 기준 매출 83조원으로 현재는 재계 5위로 성장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반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일본롯데는 5조7000억원에 그치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 매출 면에선 거의 20배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재계 5위까지 롯데그룹을 키운 신동빈 회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일본롯데와의 경영권 분쟁을 놓고 형과 다툼을 하는 속사정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논리대로라면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 독립체제였고, 이대로 쭉 가면 되지만 20배 정도나 더 큰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매출 규모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일본 롯데지만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는 일본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즉 매출은 한국롯데가 우위에 있지만 지배는 사실상 일본롯데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일본 쪽에서 경영 관련 브레이크를 건다면 현재 지분구조상으론 감수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 경영권 분쟁의 출발점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지배구조를 보면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국적의 L투자 회사다. 일종의 특수목적법의 성격으로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회사들의 통칭이다. 실체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 L투자회사 11개사가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와 광윤사(5.45%)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일본 측 지분율은 99%를 넘는다.

결국 한국롯데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 운영하더라도 일본 자금이 엮여있어 언제든지 한국롯데의 경영권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이한 구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촉발했다고 볼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이 건강한 상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을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포스트 신격호’ 시대를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180도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신 총괄회장이 사전에 경영권 정리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이 롯데로선 뼈아픈 일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기에 신동빈 체제냐, 신동주 체제냐를 놓고 이해관계가 있는 다른 형제들마저 편이 갈렸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더해진다.

재계 한 임원은 “예를들어 형 편에서 서느냐, 동생 편에 서느냐에 따라 자신의 위치와 지분이 달라지기에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 등은)여러가지 계산을 했을 수 있다”며 “피보다는 자신의 이해를 따지다보니 이같은 진흙탕 경영권 싸움이 벌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롯데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동생이 이기든, 형이 이기든, 이미 롯데그룹은 상처을 입을만큼 입은 상태”라며 “글로벌 신뢰도도 하락이 불보듯 뻔해 우리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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