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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 - 대장암 잡는 뚝심女醫 이대목동병원 이령아 교수]“대장암은 전조증상 없어…변비 일상화땐 꼭 검진 받아야”
- 대장암 잡는 뚝심女醫 이대목동병원 이령아 교수
“중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긴급한 상황을 즐기는 걸 보면 외과의사가 확실히 제 체질인거 같아요.”

흔히 ‘칼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외과의사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지금은 소위 ‘돈되는’ 과에 밀려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병원에 구급차로 실려온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워 두 발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의사는 외과의사 밖에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외과의사들의 자부심은 높다.

‘수술전문가’이다보니 그만큼 몸도 고달픈 분야가 외과다. 그런 이유로 외과는 사실상 ‘금녀(禁女)의 영역’이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성들이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위암ㆍ대장암협진센터 이령아 교수(48)는 그런 면에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대의대 86학번인 이 교수는 93년 전공의 1년차일 때 동기들 중 유일하게 외과를 지원했다. 물론 예상대로 교수들과 선배들, 심지어 외과의사인 아버지까지도 말렸다. 아버지는 설득을 하다 나중에는 외과를 하려면 ‘집을 나가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아버지 생각에는 외과 수련과정이 힘들뿐더러 여자가 외과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 앞날을 우려하신 것이었죠. 솔직히 어버님이 워낙 강하게 반대하시니까 다른 과목에 흥미를 가질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외과에만 관심이 갈뿐 다른 과목은 별 관심이 생기지 않앗어요. 그래서 지원서 낼때 집에 말씀 안드리고 몰래 서류를 접수했죠.”

결국 하고싶은 분야를 전공하게 됐지만 이후의 고된 생활은 이 교수의 몫이었다. 외과에는 남자가 대부분이어서 당직을 설때에도 여자라고 특별한 대우는 없었고 ‘정말 포기하지 않고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주위의 의뭉한 시선도 이겨내야 했다.

이 교수의 주 전공분야는 대장암이다. 대장암은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암으로 갑상선암과 위암에 이어 발병률 3위를 처지하고 있다. 이 교수가 대장암 전문의가 된 것은 사연이 있다.

“원래는 외과 중 유방전문의를 하려고 했어요. 연수를 다녀오고 이대동대문병원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원자력병원에서 유방질환과 대장수술을 모두 할 수 있는 외과의사를 구하고 있었어요. 당시 동대문병원 수련은 전공의 때 수술을 많이 경험할 수 있어 복부 수술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그때 원자력병원에 지원해 발령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장수술을 하게 되었고 이후 대장수술만 하게 됐어요. 외과의사셨던 어버지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특별한 인연인듯 해요. 지금도 부모님 연세의 대장암 환자를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 더욱 신경쓰고 최선을 다하게 되죠.”

이 교수는 대장암이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나라 국민에게서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단의 보편화도 있지만 치열한 업무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비만, 술, 담배 등이 크다고 강조한다. 특히 술은 대장암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장암의 경우 외국은 가족력도 높은 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국에 비해 적은 편이예요. 하지만 가족 중에 비교적 젊은 연령(40세 이하)에서 발병이 되면 조심해야 하는데 이것도 가계상 몇 촌까지 따져서 그 위험성을 권고해요. 만약 직계인 형제자매가 대장암이 발병되면 초기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반드시 한번 하는게 좋아요.”

대장암도 초기증상이 별로 없는 편으로 예방이 최선이다. 이 교수는 대장암의 초기증상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변비’ 증상을 꼽는다.

“대장암의 전조증상으로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변비입니다. 변비는 어떻게 보면 가장 무시하기 쉬운 증상이죠. 예를들어 출장을 가면 변비가 생긴다든지,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변비기가 있다든지 하는 경우예요. 여자는 생리기간 하고도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다이어트 때문에 변비가 생길 수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변비가 일상화되면 꼭 대장암 검진을 받아봐야 합니다.”

이 교수가 최근에 관심을 갖는 분야는 대장암 수술 후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 암에 걸리면 식구들은 그동안의 일들을 돌이키면서 죄의식에 빠지기 쉬워요. 내가 관리를 안해줘서, 내가 속을 썩여서 부모님이 암에 걸렸구나 등 여러 종류의 반성들을 하죠. 또 수술 후, 온갖 좋다는 고가의 항암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기능성 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건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10년 전부터 식품들, 특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품들을 대상으로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가장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환자들이 즐기게 해주고 싶어요.”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항암식단’은 뭘까.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 중 최고의 항암음식은 청국장이예요. 또 음식을 대량으로 사서 해놓고 한두달씩 먹는 경우가 있는데 냉장고에 식재료가 오래 있는건 좋지 않아요. 일주일 정도의 양만 사서 조리해 먹고 떨어지면 다시 신선한 음식재료를 사서 먹는 습관을 가지는게 좋아요. 또 육류가 항간에 안좋다고 채식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조건 안드실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그게 더 스트레스를 유발하죠. 고기는 구워먹는 고기가 제일 나쁘고(직화구이) 삶은 수육이 좋아요.”

이 교수는 요즘 젊은 의대생들이 외과의사를 기피하는 현실에 대해 선배로서 걱정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외국인 외과의사가 수입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람이 있음에도 힘들고 돈도 크게 못버니 다른 과로 눈을 돌리는 후배들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진료현장의 최일선에서 환자를 살리는 것이 의사의 소명임을 후배들도 알아줬으면 해요.”

이 교수는 앞으로 좀 더 능력이 쌓여 여력이 되면 암 말기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진료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고 한다. 수술과 투약이 모두 가능한 외과의사야말로 호스피스 진료에 최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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