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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또 다시 “핵개발, 美 적대시 정책” 탓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북한이 미국의 대북(對北) 적대정책을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북핵문제에 쏠리는 국제사회의 관심에 ‘핵을 개발하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처음이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한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고, 북중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미국을 겨냥하면서도 사실상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9일 조선중앙통신과 문답을 통해 “조선반도에서 대화가 없이 긴장만 계속 격화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조선 정책, 특히 합동군사연습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미국의 합동군사연습 중지 없이는 대화도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이보다 하루 앞서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 대사도 같은 주장을 내놨다. 지 대사는 “대화가 열리지 못하는 기본 원인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있다”면서 “우리의 핵 억제력은 미국의 핵 위협과 적대시 정책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6자회담 등 대화가 재개되지 못하는 이유를 미국 탓으로 돌리고, 핵개발이 미국의 부당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부각하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주장의 빈도가 잦아진 건 이란 핵협상 타결을 기회 삼아 북핵문제 해결에 접근하려는 6자회담 관련국들의 움직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이기도 한 사일러 특사는 지난 26일부터 한중일 순방 중이다. 사일러 특사는 방한 중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방안과 관련해 이란 핵협상의 교훈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후 중국으로 떠났다.

북한의 이런 행동이 외형상 미국을 비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중국을 압박하려는 게 본 의도라는 분석도 외교에서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이란 핵협상을 타결 지은 당사국이라는 ‘공통분모’를 내세우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란 핵협상이 한반도 핵문제 등을 처리하는데 ‘적극적 본보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선제적으로 미중 공조에 틈을 벌려야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최근 북중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서운함은 남달랐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군지원에 경의를 표하고,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내며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 성의를 보이고 있지만, 북핵문제 등을 놓고 보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꼈을 수 있다”며 “북한의 끈질긴 미국 탓은 어떻게 보면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도 존중해달라는 말을 중국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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