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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에 백화점 가는 남자]“요섹남(요리하는 모습이 섹시한 男) 되고 싶어요”
-백화점 식재료 남성 매출 비중 갈수록 높아져
-요리 배우기 위해 백화점강좌 가는 이도 급증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개스트로섹슈얼(gastrosexual)’. 광고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임모(34) 씨는 최근 들어 2000년대 후반 무렵 취업준비를 하며 외웠던 이 시사상식 용어가 생각난다고 했다. ‘요리 솜씨로 여성을 매혹시키는 남성’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를 책에서 처음 접할 때만 해도 그는 시큰둥했다. 알렉스와 같은 연예인이 연예프로그램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간혹 선보이기는 했지만, 자기 주변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씨는 어느 순간 그러한 트렌드에 휩쓸려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고백한다.
요리하는 남자 이미지.

시대 현실보다 너무 일찍 태어나 널리 쓰이지 못했던 개스트로섹슈얼은 최근 들어 우리에게 훨씬 친근한 단어로 다가와 있다. ‘요리하는 모습이 섹시한 남자’를 줄인, 이른바 ‘요섹남’이다. 울끈불끈 힘줄이 솟은 팔뚝으로 식칼을 들고 도마질하거나, 불길 위의 후라이팬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모습은 임 씨가 보기에도 매혹적이었다. 주중에 쿡방(Cook+방송)에서 본 레시피를 꼼꼼히 기억하며, 요리에 대한 욕망을 꾹꾹 눌러온 그는 일에서 자유로워진 주말엔 백화점으로 향한다.

임 씨 처럼 요리에 관심을 갖는 남성들이 늘면서 백화점 식재료 매출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남성이 수입 가공식품, 야채, 축산, 수산 등의 분야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2년 20% 중후반대에서 해마다 뛰어 올해 1분기에는 30%를 넘어설 정도가 됐다.

남성 매출 비중 상승은 전반적인 식재료 매출도 끌어올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식재료 매출 신장률은 수입 가공식품 11.9%, 야채 4.3%, 축산 5.9%, 수산 7.9%를 나타났다. 최근 백화점 실적이 1%대 신장에 그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식재료 매출신장률은 놀라울 정도다.

남성들의 요리에 대한 열정은 단순히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최근에는 요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려는 남성들도 백화점을 찾는다. 가령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센터 ‘이태리 가정식’이라는 요리 강좌에 전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남성수강생이 지금은 20%를 넘게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개설한 ‘아빠의 밥상, 매콤양념 한상차림’ 강좌처럼 아예 남성을 겨냥한 요리강좌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매혹을 느껴 시작한 요리다 보니 식재료를 고르는 눈도 남다르다. 암소 1등급 이상의 고기를 최소 2주에서 8주까지 드라이에이징해 풍미가 더욱 깊고 부드러워진 숙성육이라던지, 당일 들어온 신선한 생선을 백화점 매장에서 직접 건조한 건생선과 같은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SSG 푸드마켓 축산담당자 권민승 과장은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가격적인 측면보다는 상품의 질을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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