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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에 백화점 가는 남자]“친구들이 저보고 ‘주백남’이래요”
-백화점에서 하루종일 노는 이들의 당당한 얘기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친구들이 저보고 ‘주백남’이라네요. 주(酒)태백도 아니고, 웬 주백남?…. ‘주말에 백화점 가는 남자’라네요. 뭐, 듣기 싫지는 않습니다. 실제 주말엔 하루종일 백화점에서 혼자 노니까요.”(직장인 이정훈(34) 씨)

주백남(주말에 백화점 가는 남자)이 늘고 있다. 백화점에 가는 남성은 옛날엔 동반 여성 쇼핑물을 들어주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백화점 자체는 오로지 여성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당히 백화점 문화를 즐기는 주류 고객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정훈 씨 처럼 주말에 눈을 뜨자마자 백화점으로 향하고, 백화점 안에서 하루종일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한 남성 고객이 쇼핑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유는 여러가지다. 1인가구 시대의 싱글족 급증, 혼자만의 여유와 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증가, 개인 취향의 욕구 해소가 가능해진 복합문화공간 급증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개인주의 성향도 한몫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주백남들은 당당하다는 것이다. 혼자 백화점 공간에서 돌아다니고, 쇼핑을 하고, 문화를 즐기는 것을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주말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百돌이(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자)를 자처한다.

마흔이 넘은 싱글족 직장인 이대건(42ㆍ가명) 씨가 그렇다. 그는 한 달에 두 번이상 백화점 쇼핑을 즐긴다. 그에게 금요일은 매우 바쁜 날이다. 그는 “회사가 끝나고 나면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주말 세일 정보를 수집하며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린다”며 “세일 정보를 수집하고 나서 혼자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가서 쇼핑을 하면 기분이 정말 좋다”고 했다. 그는 “혼자 다니니까 매장 점원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의식했지만 지금은 오히려즐기는 편”이라고 했다.

주백남 증가를 ‘남성의 여성화’ 결과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늘날 남성이 여성 취향적으로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시대의 산물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백남 증가가)남성의 여성화라는 것으로만 해석하기엔 정확하지 않다”며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백화점이 갖는 의미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쇼핑과 레저 등 자신이 문화적 취향을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표출하고 있고, 이를 떳떳한문화로 동참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이한 것은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남남커플’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상우(32ㆍ가명) 씨와 감재명(32세ㆍ가명) 씨가 그렇다. 이들은 8년 지기 친구다. 이 둘은 며칠 전 백화점 명품관을 찾아 같은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구매했다. 김 씨와 감 씨는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과 의리를 보여주기 위해 샀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며 “이것은 우리 세대만의 문화일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선글라스를 구매할때도 남의 눈은 의식하지 않았다”며 “여성들은 둘이 와서 물건을 사면 당연하고, 남성은 둘이서 물건을 구매하면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편견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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