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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바리맨’ 5년새 3배 늘었다
‘당황말고, 증거사진 찍어 신고하라’(?)
황당한 경찰의 '바바리맨 신고 요령'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비 내리는 새벽 출근길, 직장인 A(25ㆍ여) 씨는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말로만 듣던 ‘바바리맨’과 마주쳤다.

주위에 아무도 없고 아직 캄캄해 위협을 느낀 A씨는 몸이 굳는 것 같았지만 겨우 소리를 지르고 냅다 뛰어 도망부터 쳤다.

A씨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경찰에 신고해 당시 상황과 바바리맨의 인상착의를 설명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2시간 넘게 주변을 수색하고도 바바리맨을 잡지 못했다. 

게다가 경찰은 전화를 걸어 “현장에 계시냐”고 물어 A씨를 더 당황하게 했다. A씨는 “무서워서 도망쳤는데 어떻게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냐”고 분개했다.

A씨는 이후 ‘바바리맨 신고 요령’을 알아봤다. 하지만 다시 같은 상황이 닥쳐도 A씨는 신고 요령대로 할 자신이 없었다. 

‘되도록 소리를 지르지 말고, 무표정으로 관심없다는 듯 침착하게 행동하고, 가능하면 사진을 찍어서 증거로 남기고, 될 수 있으면 그 자리에서 신고하라’는 것이 경찰이 제시한 신고 요령 이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노출하고 사람들 앞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칭 바바리맨 검거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형법 제245조(공연음란)에 따라 이들은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에 처해진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이 공연음란죄로 검거된 건수는 2009년 526건에서 2013년에는 1472건으로 5년새 3배 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바바리맨 검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일선 경찰서 경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행범으로 잡기도 어렵고,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으면 바바리맨의 행방을 역추적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여청수사팀장은 “112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가 찍은 증거 사진을 조사하거나 CCTV로 용의자 동선을 파악하는 방법 뿐”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순간적으로 당황해 일단 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인상착의에 대한 증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격’인 셈이다.

당장 검거는 쉽지 않더라도 일단 바바리맨과 마주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나중에라도 범인을 잡은데 도움이 된다.

한 수사관은 “이들은 그런 행위로 쾌감을 얻기 때문에 안하고는 못 배기는 심리상태라 반드시 또 나타난다”며 “이같은 패턴을 분석해 잠복했다가 검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 신고를 해 주는게 좋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통상적으로 바바리맨에 대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약하게 처벌해 왔지만, 앞으로는 ‘공연음란죄’를 적용해 강력 처벌키로 하면서 형량도 무거워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바리맨은 실질적으로 신체 접촉과 같은 피해는 없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했다’는 정도로 피해가 점쳐지기 때문에 그동안 처벌이 약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처벌도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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