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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가인듯 휴가아닌’ 휴가中 직장 상사 카톡에 ‘울상’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직장인 이모(30)씨는 여름 휴가 중에도 팀장의 카톡과 전화에 시달렸다. ‘문서 어디에 있냐’, ‘거래처와 이렇게 하기로 한 것 맞냐’와 같은 중요하고도 간단한 확인 연락은 그런대로 이해했다. 하지만 휴가 전 밤을 새가며 마감해 결재까지 받았던 보고서가 임원의 ‘당장 바꾸라’는 지시로 돌아왔을 때 이씨는 분노했다. 백업이나 팀장이 써줄 수 있는 보고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씨는 휴가지에서 결국 노트북을 펼쳐 들었다. 이씨에게 이번 휴가는 ‘업무의 연속’이 돼버렸다.


여름 휴가를 떠난 직장인들이 휴가지에서도 업무를 하게되는 경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서든 와이어리스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시대’가 열리면서 휴가 방해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국내 직장인 20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휴가 중 회사의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3명 중 2명(67.2%)꼴 이었다. 이들에게 연락을 한 사람은 대부분 직장 상사(72.7%)였다.

영국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가 영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68%가 ‘쉬는 날 상사의 메시지나 전화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루이스 박사는 “이 경우 직장인은 번지점프를 할 때나 배우자와 다퉜을 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유럽 선진국들은 이같은 상황 막기 위해 이미 제도 개선에 나섰다. 벤츠의 모회사인 독일의 다임러는 지난해 여름부터 휴가 중인 직원의 회사 계정으로 e메일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삭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회사와 업무 중심, 성과 중심, 집단주의 문화 등이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전상길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휴가 가서도 가족들은 놀고 본인은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중간 관리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휴가중인 부하직원이라도 상관하지 않고 달달 볶는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 “휴가는 기본적으로 업무 지시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돼야 진정한 휴가”라면서 “한국 기업은 CEO중심 문화라 CEO의 의지가 있으면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휴가 중 회사의 지시로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입해야하는 업무를 했다면 휴가가 변경된 것으로 보고 대체 휴가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물론 급한 연락은 올 수 있지만 이마저도 대체 가능한 백업 요원을 잘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은 기업 문화”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간 관리자들의 인내심도 있어야 하고, 부하직원들의 휴가가 파괴되지 않도록 윗선의 교육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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