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휴가의 경제학] 공직사회 휴가 새 풍속도…“해외는 무슨? 남해로 서해로, 간김에 고향도”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K과장은 여름휴가만큼은 가족들을 데리고 해외로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올 휴가는 제주도로 정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로 장ㆍ차관에서 실ㆍ국장들까지 국내로 여행을 가는 분위기라 해외는 엄두조차 못낼 상황이기 때문이다.

#. P사무관은 올 여름에 경남 통영에서 휴가를 보낸 뒤 오는 길에 친지들까지 만나보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세종으로 오면서 남해 지역으로 가는 게 거리상 가깝고, 부담도 덜한데다 동료들의 눈총을 받기 싫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내려 간 김에 대구에 있는 시댁에 들러 효도도 하고 친지들에게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올 여름 세종시 공무원들에게 예년 같은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이자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해외 여름휴가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해지고 있다. 더구나 장관과 실ㆍ국장은 물론 바로 위 과장까지 국내에서 여름휴가 보내기를 독려하고 있어 이참에 지역경제 살리기에나 동참하겠다는 자의반 타의반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정부청사가 대부분 세종으로 이전한 후 공직사회의 휴가 풍속도도 많이 달라졌다. 서울에 있을 때는 가까운 경기도나 강원도를 주로 찾았는데 세종에 내려온 후로는 남해나 서해 쪽을 더 선호하게 됐다. 거리가 가까운데다 교통도 원활한 편이어서 자가운전 여행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8월 첫째 주에 휴가를 가는 S주무관은 올 여름 휴가를 서해안으로 가되 1일은 대천해수욕장을, 8일은 안면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서해 쪽은 세종에서 차로 1시간 거리로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또 아이들이 방학을 해도 주중에는 방과후 수업이나 학원을 가야해 주말을 이용해서 다녀오기로 했다.

홀로 외딴 섬을 가겠다는 공무원도 있다. 올 여름휴가를 충남 대천에서 40~50분 거리인 호도섬을 택했다. 한적한 섬에서 낚시도 하고, 명상도 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재충전해 돌아올 생각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김에 그동안 자주 찾지 못한 고향을 방문하거나 부모님과 친지를 만나고 오겠다는 공무원들도 의외로 많다. 서울에 거주할 때는 시간상, 거리상의 이유로 자주 찾지 못했지만 세종으로 내려오면서 부담이 한결 줄었다. 시댁이 광주고 친정이 부산인 L과장은 이번 휴가 때 양가를 모두 방문하고 올 계획이다.

이와 달리 몇몇 공무원은 서울로 역(逆) 휴가를 가겠다고 답했다. 세종에는 쇼핑 시설도 부족한데다 딱히 즐길 문화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공무원은 “얼마 전에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생기긴 했지만 세종에는 아직 백화점이 없어 쇼핑하기가 불편하고, 미술관 같은 전시회장도 없다”며 “올 휴가 때는 서울 본가에서 쉬면서 쇼핑도 하고 전시회 관람도 하면서 문화생활을 탐닉해 보겠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