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국내 휴가지와 농어촌의 펜션과 식당, 놀이시설 등 여행ㆍ문화ㆍ레저 분야엔 아직도 메르스 사태의 짙은 그림자가 가시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들은 이들의 손을 맞잡는 심정으로 ‘국내에서 휴가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휴가 권장이 1970~1980년대식 캠페인 같다는 지적도 있지만, 해외여행이 급증한 현실을 보면 의미가 크다. 해외여행을 10%만 국내로 돌려도 국회를 어렵게 통과한 추가경정(추경) 예산의 5분의1 효과를 낼 수 있으니 동참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세를 보여 지난해 1600만명을 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집계를 보면 해외여행객은 2009년 949만명에서 2011년 1269만명, 2013년 1485만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1608만명으로 5년 사이에 69.4% 급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추계인구 5042만명과 비교하면 누적 기준으로 국민 3분의1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777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22.7% 급증했다. 이런 증가 속도라면 올해 18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해외여행도 폭발 양상을 보여 지난주부터 공항 출국 게이트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해외여행 지출액은 2009년 110억달러에서 2011년 155억달러, 2013년 173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97억달러에 달했다. 5년 사이에 56.1% 급증하며 200억달러에 육박한 것이다.
지난해 해외여행 지출액을 29일 외환시장 개장기준 환율(달러당 1166.5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23조53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만 국내로 돌리더라도 2조3000억원 상당의 내수진작 효과가 있다. 이번 추경액 11조6000억원의 19.8%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수석연구위원은 “6월에는 메르스로 타격이 심했고 7~8월 휴가마저 해외로 나간다면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이 심화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휴가보내기 운동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겠지만 내수진작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캠페인으로 경제를 살리려는 발상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여행ㆍ관광지가 감동과 힐링을 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고, 정부 정책도 이를 포함한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국인이 즐기지 않으면 외국인 관광객도 찾지 않는다’는 것은 관광업계의 불문율이다. 결국 국내휴가 캠페인은 우리나라 관광과 숙박 등 관련 서비스산업의 만족도와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휴가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함께 남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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