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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학군 옮길래”…하지만 목동ㆍ노원 전세난에 속상한 맹맘(孟Mom)들
-여름방학 맞아 엄마들이 움직이기 시작
-2학기 앞두고 목동ㆍ노원에서 집 구하기 경쟁
-하지만 매물 거의 없어 발길 돌리기 대부분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최모(여ㆍ42) 씨는 ‘직장맘’이다. 바쁜 탓에 딸 아이 공부를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 목동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운 것도 딸 때문이다. 그는 “교육 환경이 좋다는 곳에서 학교와 학원을 보내면 일하는 엄마로서 마음이 좀 놓일 것 같다”며 “원하는 중학교에 배정 받으려면 10월 전에는 움직여야 한다. 나에게도 (맹모삼천지교라는) 방학숙제가 주어진 셈”이라고 했다.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중계동 부동산에 방학시즌이 되자 문의 전화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 ‘교육 수요’가 집중되는 대표적인 지역들이다.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단지. 방학을 맞이해 가을철 이사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거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이상섭기자/babtong@heraldcorp.com

하지만 올 여름에는 이곳에서 전셋집을 찾는 학부모들이 좌절하고 있다. ‘전세매물 부족’이 엄마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저금리 탓에 전세의 월세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비수기로 분류되는 3~6월에 거래가 줄지 않으면서 시장에 전세 가뭄은 해갈되지 않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의 학원 밀집지역인 ‘은행사거리’.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500m 내외에 있는 아파트 내 중개업소들은 전세 거래는 끊긴지 오래다.

29일 중개업소들의 설명에 따르면 중계주공5단지(2328가구)에는 전세매물이 단 1건 뿐이다. 그것마저 집주인이 ‘매매 손님을 우선 찾아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인근의 중계청구3차(780가구)에도 매물은 1건에 그친다. 여기에도 내년 10월까지 1년만 전세로 사는 조건이 붙어 있다. 사실상 두 단지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전무한 셈이다.

플러스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기근인 상태다. 4~6월 사이에 진작 집을 구해서 들어온 사람들도 많았고 전세난이 서울 전역으로 퍼지면서 교육목적과 무관하게 전세나 매매를 한 실수요자들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들이 대거 재계약에 나선 것도 매물 부족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이상섭기자/babtong@heraldcorp.com

실제 상반기 매매거래는 무섭게 됐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중계동에서 3~6월 사이 980건이 거래됐다. 작년 같은 기간 거래량은 623건에 그친다. 전ㆍ월세 거래량은 작년에 929건이었는데 올해는 1043건으로 늘었다. 상당 부분은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이다.

목동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사 오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중개업소마다 이어지지만 “물건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갈뿐이다. 초ㆍ중학교를 이곳에서 배정을 받으려면 10월 말까지 전입을 마쳐야 하기에 7~8월 사이엔 늘 전셋집 찾기 경쟁이 치열했다.

목동 신시가지 5단지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올 2월부터 매물이 감소세를 보이더니 지금은 3000가구가 넘는 5ㆍ6단지를 합쳐서 나와 있는 매물은 2건에 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는 전세 계약이 훨씬 많이 됐다”며 “당장 매물이 없다는 얘기에 목동 진입을 유보하는 학부모 손님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목동에선 3~6월 사이 719건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작년 같은 기간(434건)보다 66% 늘어난 수준이다.

J공인 대표는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한 것과 조금 더 큰 평수로 옮겨간 매매 사례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재건축을 바라보고 소형 아파트를 매수한 투자수요”라며 “결국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매가 많이 되다보니 시장에 전세 물건은 더 희소해졌다”고 설명했다.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교육수요가 많은 목동이나 중계동은 수요자들이 한 번 들어오면 다른 곳으로 잘 안 나간다. 반면에 새로운 수요자들은 꾸준히 생기면서 시세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전셋값 고공행진과 물량 부족은 이어질텐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집을 사서 진입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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