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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에 영문ㆍ특수문자까지…내 ‘비번’이 뭐지?
10자리는 기본, 숫자ㆍ영문ㆍ특수문자 3종셋트
복잡한 비번에 소비자들 ‘멘붕’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금융기관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 등 웹사이트에서 비밀번호 설정 요건을 강화하며 ‘비밀번호 대란’이 일고있다. 

10자리 이상의 긴 비밀번호는 기본에다, 숫자와 영문 대ㆍ소문자, 특수문자 등 복잡한 3종 혼합세트까지 요구하면서 중장년 뿐 아니라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2030세대까지 비밀번호 재설정 및 암기 등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그러다보니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재발급 받는 일도 다반사다. 
사진=123RF

주부 한모(52ㆍ여) 씨는 최근 실손형 의료보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보험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30분이 넘도록 로그인에 씨름을 벌였다. 

보험회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물론 아이핀 아이디ㆍ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문구에 기억이 나는 번호를 입력했지만 번번이 틀렸던 것. 비밀번호 설정 당시 특수문자를 입력한 게 화근이었다. 

겨우 휴대전화 인증 등을 통해 아이핀 비밀번호를 찾아 로그인했지만 이번엔 2차 아이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한 씨의 발목을 잡았다. 

한 씨는 “몇 달 전에는 아이핀 2차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이걸 외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스트레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4050 뿐 아니라 2030 젊은 세대들도 복잡한 비밀번호로 혼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 

직장인 유모(27ㆍ여) 씨도 최근 공인인증서를 두 번이나 재발급 받았다.

모바일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설정 당시 특수문자를 사용하란 요구에 익숙지 않은 비밀번호를 설정한 게 문제였다.

더욱이 온라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헷깔리며 몇 번이나 헤매야만 했다.

유 씨는 “비밀번호가 너무 길어지고 복잡졌을 뿐 아니라, 한달에 한번씩 변경을 요구하는 통에 기억력 테스트라도 받는 건지 답답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비밀번호 설정 기준은 사이트마다 다르다.

예컨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6자리 이상’ 설정하면 되지만 다음의 경우엔 ‘8자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ㆍ소문자와 특수문자를 조합해도 네이버에서 설정한 6자리 비밀번호를 다음에선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27ㆍ여) 씨는 “복잡하게 설정하라는 건 좋지만 여기선 이 기준에 맞춰 이렇게 설정하고, 저기선 저 기준에 맞춰 설정하다보니 비밀번호 암기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비밀번호를 여기저기 적어둘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업체들이 고객의 개인정보 보안 대비를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잖다. 

대학생 박모(23) 씨는 “어차피 문자와 숫자를 조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렵게 설정한다 하더라도 해킹 자체를 막긴 어렵지 않느냐”며 “무조건 같은 비밀번호를 쓰지 마라 할 게 아니라 보안 강화에도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짧은 비밀번호보다 긴 비밀번호가 더 안전한 만큼 불편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임을규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브루트포스 어택 등을 통해 8자리 비밀번호 같은 경우엔 몇 시간 만에 파악할 수 있지만, 길이가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시간은 더 길어진다”며 “한 달동안 프로그램을 돌려서 풀 수 있는 아이디와 몇 시간 만에 풀 수 있는 아이디, 어느 걸 해커들이 사용하겠냐”고 반문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이론적으론 생체인식보다 문자 비밀번호가 더 안전하지만 비밀번호가 자꾸 문제가 되니 미국에선 유료 OTP(스마트 일회용 패스워드)를 광범위하게 도입했다”면서 “돈을 내고 OTP를 사용할 게 아니라 무료로 보안을 유지할 거면 사용자 측에서도 감수할 부분이 있는데 사용자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비밀번호만으로도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한계가 있다”며 “비밀번호 외에 홍채인식, 지문인식 등 추가 인증수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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