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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등감에 스스로 목숨 끊는 美명문대생들
[헤럴드경제]펜실베이니아대생 매디슨 홀러란은 ‘엄친딸’이었다. 공부는 기본, 외모도 모델같이 예뻤다. 운동도 잘해 학교 육상팀의 스타였다. 매디슨은 인스타그램에 화려하고 예쁜 사진을 종종 올려놓았다. 부러움의 대상이던 매디슨. 그는 대학에서 1년도 채 채우지 못한 2014년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친구들에 비해 인기가 없다”는 열등감 때문이었다.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 학생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어 대학들이 비상이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8대 명문대학)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대학에서 2014~2015년 사이 13개월동안 무려 6명이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코넬대학에서도 2009~2010년 사이 6명이, 뉴욕대학에서도 2003~2004년 사이 5명이 목숨을 끊었다.

미국 15~24세 인구의 자살지수는 2007년 10만명당 9.6명에서 2013년 11.1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대학 상담센터들의 조사 결과,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불안과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성공주의’와 SNS를 통한 ‘보여주기 문화’가 명문대생 사이에서 열등감을 증가시켜 우울증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펜실베니아대 학생 캐서린 드윗은 “한 친구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였고, 다른 학생은 과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 친구였다. 모두 너무나 우수했고 훌륭했다”면서 똑똑하고 잘생기고 부유한 친구들 사이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좌절했다고고백했다. 그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친구와 학교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코넬대학 교내 상담소장인 그레고리 엘스는 “일상을 미화하고 자랑하는 게 기본인 소셜미디어가 학생들의 우울증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자살이 늘자 대학들도 이런 문제를 학생들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성공주의 문화’의 문제로 인식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홀러란 사건 후 태스크포스와 상담 핫라인을 구축해 우울증을 앓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했다. 스스로를 포장하지 말고 어려움을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은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다닌다는 ‘펜 페이스(Penn Faceㆍ펜실베이니아 학생들 사이에서 포커페이스를 지칭하는 말)’에서 벗어나자고 고무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에서도 오리처럼 겉으로는 우아하지만, 물 아래에서는 힘들게 발질을 하며 사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오리 신드롬’을 되짚어보자고 지적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멋진 사진들로만 장신하는 ‘쇼윈도 SNS’에서 탈피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페이스북에 ‘못생긴 셀피’ 그룹을 만든 이들은 “아름답고 예쁜 사진만 올리는 세태를 비판한다”는 취지로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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