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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드론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얼마 전 ‘플라잉 건(Flying Gun)’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습니다. 영상 속에는 동체 정면에 권총이 달린 프로펠러가 4개인 드론, 쿼드콥터가 등장합니다. 이 드론은 비행 중에 4발의 총알을 자유자재로 발사하는 성능을 보이는데요. 이 드론을 만든 사람은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18세의 학생이었습니다.



#. 지난 22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서는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재난 발생 시 고립된 이재민에게 구호물자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민관합동 훈련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구호물자를 이송하던 드론은 배터리 문제로 그만 추락하고 맙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람들 머리 위로 떨어졌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 군수용으로 발전하던 드론이 최근 다양한 가능성을 내비치며 민간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2013년 아마존은 최대 2.3㎏ 물건을 물류센터로부터 최대 16㎞까지 30분 내로 배달하는 드론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 구글과 페이스북은 경쟁적으로 태양전지를 활용한 장기체공 드론을 만드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전 세계에 드론을 띄워 무선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죠.
드론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개인 드론 조종자는 안전한 장소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드론을 띄워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드론이 상업용으로만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DJI의 드론이 보급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드론을 취미나 여가활동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클릭 몇 번이면 10~90만원대의 드론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해 실감나는 비행 사진도 담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드론은 사진ㆍ영상 산업뿐만 아니라 유통, 방범,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성장 동력으로 거론되며 급속히 보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군사적 목적으로 태어난 드론을 여전히 장난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겁니다. 취미용 드론 중에는 최대 시속 150㎞까지 도달하는 동체도 있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비행 중에도 드론이 수직 낙하하고 드론에 장착된 GPS 오류로 조종사의 제어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비행하기도 합니다. 드론이 조종기와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거나 조종사의 가시권 밖으로 벗어나면 드론을 제어하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취미용 드론이 얼마든지 흉기가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죠.



각국 정부는 드론의 비행구역을 제한하는 규제 마련으로 분주합니다. 하지만 관련 법규가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고 정작 개인 드론 조종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미흡합니다. 드론의 항공법 위반 적발 건수가 2012년 10건에서 지난해 49건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죠. 국내에서는 일부 드론 동호인들이 자체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드론을 구입해 공중에 띄우는 인원까지 감안하면 안전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001년 9월부터 2013년 말까지 400대의 드론이 추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모두 군사용 드론이었지만 민간용 드론보다 기술적 검사 규정이 까다롭고 조정능력이 뛰어난 조종사가 배치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용 드론의 추락 횟수는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10년 안에 1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민간 드론 시장. 안전한 비행을 위해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안전한 비행 조종법을 알리는 일이 시급합니다.
국내 드론 비행금지구역과 제한구역 표기된 지도. 국가에서 지정한 비행장에서 드론을 띄울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바람난과학] 페이지에 오시면, 더 많은 로봇과 우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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