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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 대기업을 채점하다]‘면접관’이 된 취준생도 ‘高스펙’을 중시했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내린 삶의 정의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Birth)서부터 죽을(Death) 때 까지 끊임없이 선택(Choice)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며, 그 선택이 쌓여 인생의 궤적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거장의 통찰과는 조금 다르다. 많은 순간 우리는 ‘선택하기’보다는 ‘선택당하며’ 살아간다. 치열한 경쟁과 공급(구직자)과잉이 일상화 된 채용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청년 미생들에게 선택의 순간은 좀체 찾아오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선택해주기를 도리없이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헤럴드경제는 하반기 채용시장 개막을 앞두고 그들에게 ‘선택과 평가(면접자)의 권한’을 넘겨주기로 했다. 청년은 다시 한번 목표를 점검하고, 기업은 평가자의 지위에서 벗어나 낮은 곳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조사는 취업포털 사람인과 공동으로 지난 6일부터 아흐레간 20~30대 남녀구직자 총 1047명에게 재계 10대 그룹사(시가총액 기준)의 입사선호도, 기업이미지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동안 기업의 ‘高스펙 우대’에 시달려왔던 청년 구직자들도 막상 평가자의 위치에 서자 각 기업의 스펙을 중시하는 성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은 그룹사를 꼽아달라’는 말에 청년 구직자들은 각각 삼성(29.2%, 재계 1위)과 현대ㆍ기아자동차(17.6%, 재계 2위), SK(13.2%, 재계 3위)그룹을 1, 2, 3위로 지목했다. 이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순위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청년 구직자 대다수(60%)가 이번 평가에서 ‘시총 우등생’ 3인방에게 고점을 몰아준 셈이다.

다음으로 이어진 입사 선호도 순위 역시 포스코(10.7%, 재계 6위), LG(8.9%, 재계 4위), 한화(6.2%, 재계 10위), 롯데(4.2%, 재계 5위), GS(4.2%, 재계 7위), 현대중공업(3.0%, 재계 8위), 한진(2.9%, 재계 9위)그룹 순으로 각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와 대체로 일치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저성장ㆍ저출산이 고착화 된 팍팍한 경제상황 속에서 꿈과 열정보다는 높은 연봉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미생들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취업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앞의 그룹사를 입사 선호기업으로 선택한 이유로 절반(51.9%, 복수응답)에 달하는 청년 구직자들은 ‘높은 급여와 성과급’을 꼽았다. 휴식ㆍ의료ㆍ육아시설 등 복리후생(16.2%)과 고용안정성(15.3%) 때문에 규모가 큰 그룹사를 선택했다는 응답자도 31.5%에 달했다. 이를 합하면 83.4%에 달하는 청년 구직자가 ‘급여와 복지, 정년보장’를 직장 선택의 제1 기준으로 내세운 셈이다.

반면 ‘미래 성장 가능성’과 ‘능력에 따른 기회’를 중시한 응답자는 각각 24.0%, 8.3%에 불과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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