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은 1933년 중국 상하이와 한국 서울을 배경으로 암살 작전을 위해 모인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리고 청부살인업자까지, 조국도 이름도 용서도 없는 이들의 서로 다른 선택과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하와이피스톨은 극 중후반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인물이다. 냉소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하와이피스톨의 색깔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하정우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다.
"저보다 더 멋진 캐릭터인 것 같아요. (오)달수 형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같이 있으면서 하와이피스톨의 모습을 조금 더 풀어준 것 같아요. 코믹한 느낌도 만들어주고요. 다른 배우들은 연기 변신을 했지만 저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지요. 감독님은 제게서 그 모습을 원하셨어요. 저는 주어진 제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180억원이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들어갔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까지 어느 한 영화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을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다. 함께한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의 기대도 굉장하다. 하정우는 '암살'을 처음 봤을 때 무슨 느낌을 느꼈는지 물었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묵직했던 느낌을 받아서 감동적이었어요. 최 감독님께 '생각보다 감동적이네요' 이게 첫 마디였어요."
하와이피스톨과 안옥윤은 연민이라는 감정으로 엮인 관계다. 사랑인 듯 하지만 그 감정에 대해선 하정우는 선을 긋는다. 두 사람의 감정 교류가 조금 더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안옥윤에게 미라보에서 만나자고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하와이피스톨과 안옥윤은 서로 연민을 느끼는 존재잖아요. 사랑이 아니라 연민으로 시작이 되서 동정도 들어갔고요. 안옥윤만큼은 나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아네모네에서 입을 맞출 때 너무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었죠."
하정우는 '암살'들 공식 행사 때마다 최동훈 감독과 막연하게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고 밝혀왔다. 하정우는 배우로서, 또 후배 감독으로서도 도전의식과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최동훈 감독을 대단하다고 치켜세웠다.
"그 동안 최동훈 감독님이 만들었던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어요. 낭만이 있는 인물들이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적인 판타지가 '범죄의 재구성'인데, 작당 모의를 하잖아요. 그 순간이 짜릿한 것 같아요. '타짜', '도둑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순간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보면서 연기하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어요. 그리고 하와이피스톨이라는 이름 자체가 사연이 있어보여요."
"최동훈 감독이란 사람은 정말 영화에 대한 마음가짐이 놀라워요. 사람이 날이 갈 수록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갈되지 않고 샘솟을까 신기해요."
하정우는 '군도:민란의 시대', '허삼관', '암살' 그리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까지 조선, 일제강점기, 1960년대까지 시대극에 연달아 출연했다.
"요즘 영화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네요. '군도:민란의 시대'를 시작으로 시대극에 관심을 갖게 된 부분도 있어요. 시대극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요. 경험해보지 못한시대니까요."
하정우는 '허삼관' 감독, 주연을 마친 후 '암살' 촬영을 시작했다. 막중한 역할을 소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다른 캐릭터를 자신 안에 녹여내야 했다. 여유가 없었기에 하정우는 이번에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저는 크랭크인 전까지 많이 힘들어하는 스타일입니다. 촬영 전에 준비를 해놓고,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 마음 가볍게 임해요. '암살'은 프리프로덕션이 부족해요. 감사하게도 최 감독님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자투리 시간을 많이 활용했어요. '허삼관'을 연출, 주연 롤을 소화하며 쉴틈이 없었거든요. '허삼관' 찍고 '암살' 넘어 갈 때가 정말 힘들었던 시기예요. 그 때 촬영분을 보면 많이 부어있더라고요. 최 감독님에게 감사하면서 죄송한 부분이죠. 어떻게든 소화하고 보답하려고 신경 썼습니다."
배우 하정우에게 청사진을 물었다. 지금까지 조연부터 주연은 물론, 감독의 역할까지 해낸 그였기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또 놀라게 만들지 궁금함과 동시에 기대를 갖게 만든다. 하정우는 그런 배우다.
"배우로서 영화 작업해왔던대로 꾸준히 해나가려고요. 그 생각 이외에는 할 수가 상상이 되질 않네요. 할아버지 될 때까지 연기를 하고싶어요. 감독님, 배우들과 같이 늙어가면서요."
"다음 연출작은 작가를 초빙해서 시나리오는 작가에게 맡길 예정입니다. '아가씨' 촬영 끝나고 한 달 쉬면서 다음 작품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생각입니다. 아마도 블랙코미디 장르가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 재키 브라운 그런 류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밀려 있는 작품들을 소환 다음을 보고 있는데 아무리 빨라야 2017년은 되야 연출작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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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