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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접기’ 종주국은 어디? 한·일 또다른 전쟁
日, 세계화박차 종주국 위치 선점…韓 “삼국시대에 전파한것” 도전장


“네모로 접었다, 세모로 접었다….”

색색의 정사각형 종이를 이리저리 돌려 접고 잘라 붙이며 배, 비행기, 바지, 저고리 등을 신나게 만들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난 주말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등장해 어른들을 추억과 향수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사진출처=종이문화재단 페이스북 페이지]

동심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을 것 같던 종이접기가 한일 ‘역사 전쟁’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적으로 ‘종이접기’보다 일본어 ‘오리가미(折紙,origami)’라는 용어가 인정받고 있는 가운데, 몇몇 한국 단체들이 이 명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종이접기의 역사가 삼국시대 무속신앙에 쓰였던 ‘고깔’ 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610년 고구려 승려 담징에 의해 일본에 종이가 전파된 후 종이문화도 함께 전해졌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종이 고깔은 아직까지도 전남 진도에서 내려져 온 호남굿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조선 전기 재상 하륜이 발명했다고 기록돼 있는 ‘승경도놀이’도 우리의 오랜 종이접기 문화의 증거로 꼽힌다.

종이 말판 위에서 말을 가지고 겨루는 이 놀이는 벼슬의 이름을 적어놓은 커다란 종이를 접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이같이 종이를 접어 공예품을 만들거나 생활용품으로 쓰는 문화는 ‘오리가미’로 통칭되는 상황이다. 

수세기 전부터 종이를 이용한 문화가 발달했던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했지만, 현대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종이접기 세계화에 나서면서 ‘종이접기 종주국’의 위상을 선점하게 된 것이다. 
[사진출처=종이문화재단 페이스북 페이지]

사쿠라이 노부히데 남서울대 일본어과 교수는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일본은 기모노ㆍ다도ㆍ오리가미 등 세 가지를 함께 묶어 국제교류기금의 지원을 업고 적극적으로 세계에 전파했다”고 말했다.

이에 자극받은 한국의 종이문화재단 등 단체에서는 ‘종이접기의 원류는 한국’이라고 홍보하고 나섰다.

이준서 종이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이 문제는 ‘독도냐 다케시마냐, 태권도냐 가라데냐’ 하는 것과 같다”며 “지금은 세계 어딜가나 오리가미라는 말이 더 우세한 상황이라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해외 학교들과 연계해 한국식 종이접기 교육을 2003년부터 지속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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