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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이 사건 현장 목격자가 되는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한 소극장이 미국 시카고 렉싱턴호텔 661호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무대 양쪽으로 객석의자 100개가 놓여있고, 가운데 빈 공간에는 침대와 화장대가 전부다. 객석 맨 앞줄에 앉아서 손을 뻗으면 침대에 닿을 만큼 가깝다. 배우가 재빠른 걸음으로 지나갈 때 휙 하고 스치는 바람이 객석에서 느껴질 정도다.

‘카포네 트릴로지’는 렉싱턴호텔 661호에서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다룬 옴니버스 연극이다. 각각 70분 짜리인 에피소드에는 ‘로키’, ‘루시퍼’, ‘빈디치’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진제공=아이엠컬처]

1920년대 렉싱턴호텔은 악명높은 갱단두목 알 카포네의 거점이었다. 이 연극에는 카포네 조직원, 경찰, 쇼걸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50㎝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가까운 거리 덕에 배우들의 동공이 움직이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연극을 본다기보다 실제 사건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듯 생생하다.
[사진제공=아이엠컬처]

특히 조명이 어두워지면 호텔방 안의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야기가 고조될 때 ‘둥둥’ 거리는 효과음까지 더해지면 심장 박동수가 저절로 빨라진다.

이같이 숨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맨 앞줄에 앉은 관객은 배우들이 걸려 넘어질까봐 다리도 마음놓고 뻗지 못한다. 배우들이 몸싸움을 벌일 때는 저절로 움찔하며 뒤로 물러나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공연장과 바깥을 이어주는 유일한 문을 통해 수시로 배우들이 등장하고 퇴장하기 때문이다. 제작사 측은 폐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임산부는 관람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제공=아이엠컬처]

이같은 불편함도 감수될 만큼 등장인물들 간 극한의 심리적 대립은 매력적이다. 조직 내 암투, 치정 등을 다룬 극의 줄거리는 그다지 강렬하지 않지만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그 틈을 메운다.

장소만 같을 뿐 각각의 에피소드는 별개의 사건이고 분위기도 다르다. ‘로키’는 코믹한 반면 ‘루시퍼’는 불안해하는 아내와 냉혹한 조직원 닉의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죽은 아내의 복수에 나서는 경찰을 다룬 ‘빈디치’는 추리소설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한편만 봐도 무방하지만 세 편을 모두 본다면 각 에피소드들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독특한 형식의 ‘카포네 트릴로지’는 지난달 3일 티켓 오픈한 지 1분 만에 600석이 매진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헤럴드경제와 플레이디비의 공동 설문 조사에서 연극 부문 하반기 기대작 2위로 꼽히기도 했다. 오는 9월 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배우 이석준, 김종태, 박은석, 윤나무, 김지현, 정연이 출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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