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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재기구·기준 없인 무용지물”
투자활성화 대책중 하나인 ‘용적률 거래제’ 전문가들 의견 들어보니......“
노후건물 정비 돌파구 기대 불구
두 토지 소유주간 이해관계 발생
두 땅 다 가진 소유주만 해당
최소한 가이드라인 필요



국토교통부가 지난 9일 결합건축제도를 ‘투자활성화 대책’중 하나로 내놓자, 용적률거래 전문가들이 헤럴드경제에 밝힌 공통된 평가다. 결합건축제도는 용적률거래제의 한 종류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막중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원장 등 과거 용적률거래제를 연구했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제도 도입에 물음표를 찍었다.

국토부는 재건축 대상 건물 1%가 용적률거래제를 통해 개발될 경우를 가정, 투자활성화 효과가 9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용적률거래제 성공여부는 당사자간 합의에 달려 있어, 국토부가 자신한 것과 같은 투자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국토부 “가격기준, 중재기구 없어도 된다”=
먼저 국토부는 전적으로 용적률 거래를 인접한 대지 소유주에 맡겨도 원하는 노후 건축물 투자활성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공시지가, 실거래가격 등이 이미 공지돼 있어서 별도의 가격결정기준은 불필요하다고 본다”며 가격기준을 세울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상으로 넘겨줄 수도 있고 개발 후 이익 배분 뿐 아니라 기대이익을 두고 금전이 오고갈 수 있다”면서 “관련 협의권한은 전적으로 사인에게 있다. 별도의 중재기구와 가격기준은 없다”고 했다.

특히 김상문 건축정책과 과장은 “예를들면 개발이익을 5대5, 6대4로 나누는 내용 등을 합의할 수 있다”며 “재건축 분담금 나누듯, 가격기준은 필요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특히 발표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서울시가 지난 2012년에 도입한 바 있는 ‘결합개발’과의 차이점을 강조하면서 결합건축제도는 두명의 합의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추진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두 땅 모두 가진 소유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국토부는 별다른 기준이 필요없다고 주장하지만,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 전문가들은 결합건축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입을 모았다.

용적률거래제와 유사한 개념의 용적률이양제를 서울시에 도입하도록 일조한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인접한 두 대지에 대해 결합건축제를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이 제도는 두 대지 모두 소유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제도”라고 잘라 말했다. 단순히 사인간 의사에 맡겨 놓고 중재기구 없이 협의가 힘들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합필, 공동개발 등 주민 합의를 통해 공동 건축을 유도하는 제도가 많이 나왔지만 성사된 사례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최막중 회장은 “이번 제도는 이론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현실적으로 인접대지 공동건축을 권유하거나, 합벽건축을 권유해도 두 토지 소유주간의 이해관계차이로 대부분 잘 안됐다”고 했다.

지난 2011년 국토연구원 재직 당시, ‘용적률거래제의 개념적 틀과 거래기준 작성 방안 연구’를 통해 관련 제도 도입을 주장한 바 있는 채미옥 원장의 설명도 비슷하다.

채 원장은 “(기준이 필요없다는 국토부의 주장과 달리)인접한 두 대지의 용적률 거래에도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다”고 했다. 채 원장은 이어 “인접한 두 대지의 가격도 30%이상 가격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며 “소유자들끼리 알아서 가격을 책정하라고 할 경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 회장 역시 “결합건축제도는 소유주간의 합의가 힘들어 노후건축물 정비가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국토부가 현재 가격기준과 중재기구 없이 제도 시행을 고수할 경우에도, 적어도 ‘참고기준’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우세했다.

채 원장은 “토지가격 자체가 용적률의 가치를 말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국토부가 검토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에 용적률의 가치를 1%당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현물로 주고받을 경우 구분 소유권의 현물을 주고받는 방법 등에 대한 참고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결합건축제도를 진행해도 추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채 원장의 생각이다.

채 원장은 “예를들어 개발이익을 4대6, 5대5의 비율로 나눈다는 협정을 맺을 경우에도 어떤 기준을 바탕으로 이 비율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 경우에는 감정평가사들이 이에 대한 가격 산정을 해야 되는데, 감정평가 가격도 개발 속도를 지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용적률거래 ‘쉬쉬’ 이유는=사실 국토부는 ’용적률거래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9일 안건자료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 내에는 용적률거래제라는 표현이 없을 뿐 아니라 용적률을 ‘사고 판다’는 내용도 없다. 그 행간은 전문가들의 멘트에서 유추할 수 있어 보인다.

채 원장은 “그동안 용적률거래제를 도입한다는 얘기가 수차례 나왔지만, 소유권에서 개발권을 따로 떼어 파는 행위의 위헌여부, 토지가격 상승 등 여론에 반대에 부딪힌 경우가 많았다”며 “국토부는 전선을 넓히길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합건축제도는 초기단계의 용적률거래제라고 볼 수 있는데, 적어도 추후 분쟁의 소지는 완벽히 없애야 한다”며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 회장 역시 “이번 제도는 투자활성화라기 보다는 규제 완화의 측면이 강하다”며 “결합건축제도는 노후건축물 투자 활성화보다는 용적률거래제 도입을 위한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가 있는 제도”라고 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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