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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이종덕]메르스 사태와 공연장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국내 공연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온라인 티켓 예매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메르스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5월 마지막 주에 비해 6월 첫째주 연극 예매율이 40%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특히 156곳의 크고 작은 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의 타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관객 수는 반토막이 났고, 300석 미만의 소규모 영세 공연장의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이 된다. 전체 관객 수가 평년 대비 30% 수준이라며,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질 것을 우려하는 관계자들의 근심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가까스로 털고 일어난 공연계에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세월호 사태를 수습하고 회복하기까지 반년 이상 걸렸는데, 회복의 조짐이 보이자 메르스 사태로 인해 더 큰 피해에 직면한 것이다.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나 해외 공연팀을 섭외해 공연을 진행하고자 했던 곳에도 메르스 사태는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난타 전용 극장의 경우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7월과 8월 극장을 휴관할 예정이며, 마포문화재단에서 준비한 미국 ‘비바 라스베이거스’ 공연팀도 7월에 들어오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일정이 꼬여버린 상태라고 한다.

메르스 사태 발생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국가 경제 마비가 올 정도지만, 정부는 사태 수습조차 제대로 해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연일 보이고 있다. 초기 확진자를 관리하지 못해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메르스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에 스스로 두문불출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발발 후 한달도 되지 않아 거리에는 사람이 없어지고, 공연계는 얼어붙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이후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재난안전실을 신설하는 등 안전 대책을 다시 정비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에서 보인 정부의 행동은 무능력했고, 현 상황에서 정부의 방역 정책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이 공연 관계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공연장들은 메르스 사태 발발 이후 자체적으로 공연장 내 방역을 실시하거나 열 탐지기를 설치하고,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구비해 놓는 등 관객들을 위한 안전 대책에 열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미미한 대처에 비해 공연장은 자체적으로 관객들을 위하여 사후 대책을 마련하고, 관객들의 청결을 위한 세심한 배려들을 잊지 않았다. 공연장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시민들의 안전과 청결을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실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안전 대책 마련에 힘입어서인지 메르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도 현저히 줄어들고, 확진자도 매우 드물게 나오고 있다. 메르스 사태도 어느덧 잠잠해진 것이다.

지난 7월 5일 일요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을 관람하기 위해 오랜만에 명동으로 향했다.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명동 거리엔 이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메르스 사태가 상당히 잠잠해졌음을 반증하는 거리의 분위기에 필자 또한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명동 거리를 배회했다. 하루빨리 메르스 청결국가로서, 다시 공연장에, 온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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