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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이 준 최고의 맛, 로푸드
식이섬유 풍부 스트레스 풀어주고 독소 배출 효과…칼로리 낮아 다이어트 만점…채소·과일등으로 만들기도 쉬워
불의 사용은 인간의 식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존 앨런의 미각의 지배(2013)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을 사용한 조리 기술의 개발로)인간은 고기와 채소 속의 영양소를 더 많이 흡수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됐다”고. 고단백질, 소화하기 힘든 재료를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것 뿐만은 아닐테다. 끓이고, 굽고, 볶는 과정 속에서 우리 식탁은 더욱 풍성해졌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농담같은 진담도 모두 시작은 ‘불’에서 출발한다.

로푸드(Raw food), 이른바 생식(生食)에 입문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마찬가지로 불이다. 생식주의는 이름 그대로 조리하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음식을 말한다. 샐러드와 스무디 등이 일상에서 생식을 접하는 쉽고 간단한 예가 되겠다. 생식은 섭씨 40~49도가 넘지 않은 선에서 식재를 조리하고, 여기에는 가공식품은 포함되지 않는다. 생식에 대한 도전의 시작은 평소 식단에 스며있던 익숙한 불의 맛 대신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생식도 맛있고 근사하다

“생식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해요. 생식 요리도 파인다이닝 못지 않은 것들이 많죠.”(생식ㆍ채식 전문가 크리스틴 조).

생식이라는 단어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메뉴는 생야채와 과일들이 한데 섞여 있는 샐러드다. 주스도 생식의 좋은 예다. 생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메뉴의 한계는 대개 여기까지다. 하지만 알고보면 생식 레시피의 세계는 무한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생식이 식생활의 주요 트렌드로 잡으면서 생식 레시피도 무한대로 진화했다. 불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이제 에피타이저와 메인으로 이어지는 근사한 코스를 만들어낸다.

로푸드 전문가 이지연 씨의 책 ‘로푸드 디톡스’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지 않아도 맛있고 배부르고, 즐겁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몬드로 만드는 우유, 애호박이나 주키니를 이용한 면 요리,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로 만든 생채식 밥, 곶감을 이용해 만드는 브라우니까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로푸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생식을 하는 이른바 로푸디스트들의 식탁에도 쿠키, 타르트, 푸딩 등 각종 디저트들이 올라간다. 유제품 대신에 캐슈넛과 아몬드 등 견과류에서 짠 식물성 제품을 사용하고, 불 대신에 재료를 압축하고 자연스럽게 굳히는 조리법을 사용한다. 다양한 생식 디저트 중에서도 잘 알려져 있고 만들기도 쉬운 것이 바로 브라우니다. 호두와 코코넛, 카카오가 생식 레시피를 만나면 신기하게도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바로 그 ‘브라우니’가 탄생한다. 코코넛 오일에 카카오 파우더, 코코넛 파우더, 꿀이나 메이플 시럽 등을 함께 넣어 빚고 여기에 기호에 맞게 다양한 건과류나 베리등을 섞어 준 후 1시간 가량 냉동하면 한입 크기의 생식 브라우니가 완성된다.

식품 건조기 등 푸드프로세서를 이용하면 더 그럴듯한 생식요리들이 가능하다. 튀기는 대신에 건조기로 맛있는 감자칩이나 양파링 등을 만들거나, 굽는 조리법을 건조로 대체해 피자 조리에 응용이 가능하다.



생식은 귀찮고 바쁘다?

챙겨먹는다는 것은 바쁘고 귀찮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간편식이 잘 팔리는 것은 바쁜 와중에도 챙겨먹기 위한 노력들의 방증이다. 여기에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숙제가 더해지면 귀차니즘은 배로 는다. 간단하게 조리돼 나오는 식사를 포기하고 조리법, 재료 하나하나 신경써야하는 식생활을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왜’, ‘어떻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생식이 가지는 장점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솔깃한 것이 바로 레시피다. 공을 들여 맛있게 생식을 즐길 수 있는 레시피도 수없이 없다. 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날 것을 조리하지 않고 먹는 것만큼이나 쉬운 것이 있을까. 채소와 과일을 씻고 다듬어서 ‘휘리릭’ 갈아 먹거나, 적당히 잘라서 접시에 담는 것만으로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식은 간편하고, 동시에 건강하다.

생활 속 간단한 생식의 실천이 가져다주는 또 한가지 이점은 ‘디톡스(Detox)’다.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풍부한 식이섬유와 다양한 해독성분들은 각종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몸에 축척돼 있는 독소들을 배출해 준다. 여기에 일반적인 식단보다 칼로리가 낮은 식사를 실천하게 함으로써 몸에 불필요한 지방들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재료들은 다 어떻게 해요?”. 고추를 된장에 찍어먹고, 쌈을 싸먹는 등 우리의 밥상에도 얼마든지 ‘생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생식을 하는 소위 ‘로푸디즘(Rawfoodism)’은 일종의 바다 건너서 전해져 온 트렌드다. 레시피에 익숙치 않은 식재들이 수두룩한 것은 당연하다. 이름 모를 식품들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숙하게 먹고 자란 한국식 식품들도 생식 레시피로 활용하기에 손색 없기 때문이다. 가령, 각종 채소를 깻잎에 말아 소스에 찍어먹거나, 당면 대신 대체 면을 활용한 잡채 등은 한국식 생식 요리의 대표적인 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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