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폭락= 8일 유안타증권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지난 6월 12일 고점(5166.35)을 찍은 이후 약 3주 동안 30% 넘게 급락했다. 17거래일 동안 3% 넘게 하락한 날은 모두 7거래일로, 최근 지수 상승이 급했던 종목들은 대다수가 하한가(-10%)를 기록하는 ‘악몽’ 같은 날들이 연출됐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상해지수가 7.40% 하락했다. 기록적인 지수 하락폭이다.
상황이 이렇자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중국인들 가운데 자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결혼 자금 1억원 가량을 날린 사연, 증시 폭락을 비관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이를 찾아나선 경찰 얘기가 중국 증시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증시 폭락 원인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버블 붕괴, 중국 당국의 증시 규제책 등으로 분석된다.
그리스 우려보다 중국 증시 폭락이 더 큰 위기라는 경고음도 쏟아진다. CNN 머니는 최근 ‘그리스는 중국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는 분석 기사를 내, 중국의 버블 붕괴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0%가 “중국 증시는 거품”이라 보고 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거물급 투자자들은 중국을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꼽고 있다”고 알렸다.
▶그리스 엎친데, 중국 덮치고 = 7일 한국 증시가 이틀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데에는 이웃 중국 증시의 폭락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스 태풍이 6일 한국 증시를 폭격했다면, 7일에는 중국 변수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뜩이나 불안한 중국 증시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 조정압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 조정은 적어도 2주 가량은 더 이어질 것이다. 한국 역시 중국 증시 때문에 기간 조정을 거친 후 재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증시 급락세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간접적이다. 그리스 우려와 중국 증시 급락세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매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신흥국 증시에선 발을 빼고,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금이 몰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7일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0.8% 가량 오르기도 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의 매수 주체였던 패시브 외국인의 수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화장품株 직격탄= 화장품 관련주들의 폭락세가 컸다. 7일 아모레퍼시픽은 10% 넘게 하락했다. 장중에는 13% 넘는 하락폭을 기록하며, 화장품 업종 전체 하락을 주도했다. 한국화장품과 에이블씨에씨, 코리아나 등도 5% 넘게 하락했다. 이는 중국 관련 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근 큰 폭으로 오른 것이 급락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제약업종 지수가 전날에 이어 4%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도 증시와 경제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를 믿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책 당국자들은 증시 부양책이 발표된 지 3일 만에 추가 부양을 내놓으며 이례적으로 증시 폭락에 대한 정책 대응 의지를 보였다”며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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