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의견도 실적과 상관없이 너무 과도하게 올랐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제약ㆍ바이오 분야의 글로벌시장 성장세를 감안할 때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제약ㆍ바이오주, ‘피의 화요일’=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의약품 업종 지수는 7일 하루동안 13.16% 폭락하면서 그리스 사태로 전날 폭락했던 코스피 지수의 반등을 무산시켰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제약업종 지수아 의료/정밀업종 지수는 각각 8.17%, 6.13% 하락하며 코스닥 지수를 2.97% 끌어내렸다. 상장된 99개 종목 중 셀트리온 등 8개사를 제외한 91개사의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피의 화요일’을 맛봤다.
그동안 의약품업종과 제약업종, 의료/정밀업종은 올해들어 6일까지 각각 128.93%, 110.16%, 55.67% 급등세를 보이면서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이유로 그동안 제약·바이오주 공매도 대차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실제로 코스피 의약품 업종의 대차잔고는 올초 5000억원 수준에서 6일 기준 9조3000억원 수준으로 18배 가까이 폭증했으며 코스닥 제약주 대차잔고 역시 1조원에서 2조4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 거래한다는 의미로, 대차거래가 많다는 것은 주가하락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평가 논란, 당분간 조정 불가피=시장의 관심은 제약ㆍ바이오주의 폭락 이후로 쏠리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약ㆍ바이오주에 대해 단기 급등으로 주가가 조정받은 것”이라며 “하락 폭과 조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약ㆍ바이오주의 올해 상승률을 2005년 상승 때보다 높아 하락폭이 더 클 수도, 기간 조정이 더 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도 “상반기 제약주는 성장성, 해외시장 진출, 신약개발가치 등을 반영하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일부 제약주는 알려진 정보만으로 주가를 설명할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해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가치투자가로 유명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역시 “최근 몇 년간 증시에선 ‘성장’이 없는 주식이 계속 디스카운트(할인)되고, 성장이 있는 주식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받았다”며 “성장주로 분류되는 바이오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배로 고평가됐는데도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 당분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장성 유효ㆍ글로벌 트랜드 감안, 단기 조정에 그칠것=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제약ㆍ바이오주들의 폭락을 추세 전환으로 보기 보다는 단기 조정으로 보고 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급락의 요인은 부정적인 이슈가 있었다기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판단된다”며 “연초 이후 코스피가 7% 상승에 그친 반면 의약품지수는 120% 이상 상승했고 고밸류에이션 논란이 이어지며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수급 이슈로 국내 제약업종에 대한 조정이 당분간 지속될 수는 있겠지만 연구개발(R&D) 능력 향상으로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고 기술수출과 해외 진출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악재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제약·바이오 상승세가 꺾인다면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겠지만 아직은 글로벌 상황이 견조해 일시적인 하락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제약·바이오주의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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