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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화의 세상속으로] 원격의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이번 메르스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의료 선진국이라 자부했던 한국 의료의 민낯을 접했다.

물론 세계 선두권 분야도 있으나, 기초적인 감염관리와 응급분야의 취약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0조원이 넘는 국가적 손실이 예상되는 초유의 사태를 통해 우리 의료체계의 혁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의료 혁신의 중심에 ‘원격의료’가 있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의료ICT 발전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도입에 가장 후진적인 국가다. 원격 의료규제는 공인인증서에 비견할 만한 한국의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적 현상이다. ‘유헬스(u-health)’라는 용어를 만들고 세계 최초로 당뇨폰을 상용화한 게 우리나라다. 이제 원격의료의 후진국을 탈피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미룰 수 없게 됐다.

미국은 개인건강기록(Personal Health Record)을 반드시 원격인 클라우드서버에 두도록 강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의료기록의 원격보관을 금지하고 있다. 짐작하다시피 개별 병원의 서버가 보안에는 더욱 취약하다. 그 결과 메르스사태에서 병원들은 환자의 이전 병원의 기록을 환자의 입을 통해 입수하게 되는 후진적인 현상이 초래됐다.

‘의료쇼핑’이라고 나무랄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반드시 하나의 병원만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여러 병원의 개인 의료 기록들을 하나의 원격클라우드를 통해 통합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인 의료기록의 주인은 개인이 돼야 한다. 개인중심의 원격 의료기록 서비스가 있었다면 메르스 확산이 초기에 진압될 수 있었을 것임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를 통해 적절한 의료 서비스 제공은 물론 중복검사, 과잉진료 등이 축소돼 국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가능하다.

메르스 확산 이후 다수의 환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았다. 질환이 악화될 것임을 알고도 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원격의료는 이러한 문제 해결의 효과적인 대안이다.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거의 없다. 왜 한국에서만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가. 그 바탕에는 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하는 보건당국의 역량과 신뢰부족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한 것이다. 진단과 치료는 분명히 병원의 영역이다. 그러나, 만성질환의 지속적 관리는 생활의 영역이기도 하다.

불과 3분간의 진료를 위해 당뇨와 고혈압 환자들은 전철과 버스를 타고 병원을 방문한다. 아주 잠시 담당의사의 얼굴을 본 뒤 처방전을 받아 돌아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낭비적 의료패턴을 참아야 하는가. 기술적으로 만성질환관리의 상당 부분은 이제 원격의료를 병행해도 된다. 일년에 30%씩 급증하는 노인의료의 대안이 없다면 우리나라 의료재정은 조만간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원격의료를 통해 국가와 국민 전체에는 크나큰 편익이 주어진다. 그러나 의료계, 특히 1ㆍ2차 병의원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것이 원격의료 반대의 본질이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정부가 국가 전체 편익의 일부를 1ㆍ2차 병의원에 제공하는 것이다. 워낙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불신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 법제화 등 신뢰성있는 방법으로 지속적 이익을 보장해야 물꼬가 트일 것이다. 그리고 3차 의료기관에는 1ㆍ2차 기관에 효율적인 전문가시스템을 통해 적절한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기면 모두가 윈윈하는 원격의료의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필자가 2002년 당뇨폰을 개발할 당시 계산에 의하면 당뇨관리만으로도 국가의 편익이 2조가 넘었다. 이제 스마트폰과 스마트 시계 등에 건강관리 기능이 부가되면서 다양한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편익으로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응급실, 입원실 등 제반 의료개혁 프로젝트 추진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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