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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委 “교사 지원자에게 세례증명서 요구는 평등권 침해”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사립학교가 교사를 뽑을 때 세례교인 증명서를 내도록 한 것은 평등권 침해에 따른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 Y고등학교가 교사 채용 공고 시 세례교인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해 차별을 받았다는 허모(26)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앞으로 교직원의 지원자격을 특정 종교인으로 제한하는 일이 없도록 이 학교 이사장에게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 학교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교사 채용을 공고하면서 ‘세례교인 증명서’를 제출서류 중 하나로 명시했다.

세례교인 증명서는 교회를 비롯한 종교 기관이 교인의 세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발급하는 문서다.

세례교인 증명서가 없었던 허씨는 지난해 12월 공고 때 지원할 엄두를 못 냈고, 올해 1월 공고 때는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지원했다가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다.

올해 이 학교 교사 채용의 서류전형 합격자 84명 중 허씨와 같이 세례교인 증명서를 내지 않은 지원자가 21명 있었지만, 최종 합격자 8명 중에는 세례교인 증명서 미제출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은 인권위에 “세례교인 증명서를 모든 지원자에게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해당자에게만 제출하도록 안내했다”며 “증명서가 전형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응시자가 (건학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중등교육 실현 적격자인지 알려고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채용 공고를 보면 ‘재직 및 경력증명서’는 해당자만 내도록 했으나 세례교인 증명서는 그런 표시가 없고 학교 측 해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Y고교가 종교적 건학이념이 반영된 사립교육기관으로서 특수성은 인정되지만, 학교측이 종교의 자유란 이유로 지원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 채용하려는 과목 교사가 반드시 특정 종교의 신도이거나 세례자이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어 특정 종교인이 아닌 사람의 지원을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학교 운영비용의 ⅔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의존하는 점을 들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채용 대상 교직원을 특정 종교인으로 한정한다면 사실상 국민의 세금이 특정 종교를 위해 쓰이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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