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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속(?)한 태풍…中으로 빗겨가 피해 적지만 해갈은 외면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단비를 몰고 오는 제9호 태풍 찬홈(CHAN-HOMㆍ라오스 나무 이름)을 시작으로 태풍 세 개가 연달아 북상하고 있지만 정작 가뭄이 극심한 중부지역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이 상하이 쪽으로 빠지면서 대부분의 비는 남부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부지방 가뭄 해갈과 한강 녹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강수량이 최소 100㎜ 이상은 돼야 하지만, 7~8일 예상강우량은 20~60㎜에 그칠 전망이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찬홈의 예상이동 경로가 상하이 남쪽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커지면서, 제주도 등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
태풍 ‘낭카’ 예상진로=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에 영향을 미치는 제9호 태풍 찬홈과 10호태풍 린파의 진로가 유동적이어서 예상 강수량이 달라질 수 있다. [자료제공=기상청]

기상청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8일까지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시간당 30㎜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나 이번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많고 지역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크다”며 “태풍 찬홈과 린파의 진로가 유동적이어서 강수 구역과 예상강수량의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또한 “9일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비가 오다가 새벽에 서울, 경기도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대부분 지역에서 그치겠다”고 말했다.

▶상하이로 비껴간 ‘찬홈’=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열대지역의 해양과 대기상태가 태풍 발달에 유리하게 갖춰지면서 제9호 태풍 찬홈으로 비롯해 10호 린파(LINFAㆍ마카오의 연꽃 이름)와 11호 낭카( NANKAㆍ말레이시아 열대과일의 일종) 등 3개의 태풍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에 따라 당초 기상청은 태풍이 상하이로 상륙하거나, 우리나라 서해안을 경유하거나, 한반도 내륙에 상륙하는 등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특히 “찬홈이 이동하면서 북위 20도 부근의 고수온역을 지날 때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 한반도를 관통할 경우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7일 현재 태풍은 북서진하고 있으며, 9일께 한반도가 아닌 중국 상하이 남쪽지역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은 제주도 남쪽에 머물고 있는 장마전선을 밀어올려 6일 오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7일 전국에 장맛비를 내리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상하이로 가면서 한반도 지역에 큰 태풍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풍에도 비 ‘찔끔’…야속한 하늘=하지만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중부지방 주민들은 이같은 태풍의 이동이 달갑지 않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겨울부터 전국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42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누적강수량은 지난 달 2일까지 274㎜로 평년대비 84%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라남도, 경상남도 및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수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 경기 및 강원도는 올해 누적 강수량이 평년대비 57%에 불과해 강수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이번 태풍이 중부지방에 큰 비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여 지역 주민들의 한숨은 늘어날 전망이다.

한상은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서울, 경기, 강원, 충청북조 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5~20㎜, 충청남도 쪽은 20~60㎜에 불과하다”며 “해갈을 위해서는 강수량이 최소 100㎜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해갈이 되려면 땅이 계속 물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비가 와야 하는데, 태풍이 상하이 쪽으로 빠지면서 장마전선을 위쪽까지 들어올리지 못했다”며 “남부지방에만 비가 내리기 때문에 중부지방의 가뭄 해소와 녹조현상 완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볼라벤’ 급 슈퍼태풍 올 수도=이번 태풍은 한반도를 비껴가지만, 올 여름엔 지난 2012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볼라벤’ 같은 강력한 태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미국 해양대기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의 2~5월 북서태평양 관련 기상자료를 분석해 “올여름 한반도에 강한 태풍 1~2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올 6∼10월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한 태풍은 평년(7.5개)보다 조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한 태풍이란 풍속과 예상 피해 유형에 따라 태풍을 다섯 등급으로 분류하는 ‘사피르-심슨 규모’(Saffir-Simpson scale) 3급 이상으로, 중심 최대풍속(1분 기준)이 96노트(약 49m/s) 이상인 태풍이다.

2012년 우리나라에 찾아온 15호 태풍 볼라벤이 가장 강력했을 때의 중심 최대풍속(10분 기준)이 53m/s였고, 이에 앞선 14호 태풍 ‘덴빈’이 가장 셌을 때 중심 최대풍속(10분 기준)은 45m/s였다.

초속 15m의 바람이 불면 건물의 간판이 떨어지고 초속 25m에는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간다.

풍속이 30m/s면 허술한 집이 무너지고 35m/s일 땐 기차가 엎어질 수 있다. 초속 40m의 강풍은 사람은 물론 커다란 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이다.

올해에는 특히 태풍이 동중국해를 지나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한 개 정도의 강한 태풍이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허 교수는 예상했다.

허 교수는 6∼10월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전체 태풍의 개수는 평년(19.7개)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한반도에는 335개의 태풍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이 가운데 최악의 태풍으로 2002년 ‘루사’가 꼽힌다. 루사로 강릉엔 하루 동안 무련 870.5mm의 호우가 쏟아져 일 강우량 1위를 기록했다. 또 50m/s가 넘는 강풍을 동반해 5조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다.

재산피해 역대 2위 태풍은 2003년에 발생한 ‘매미’다. 2006년 환산가격기준으로 4조2225억원의 손실을 안겼다. 매미는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으로 제주도 고산 지역에서 60m/s의 풍속이 관측됐다. 지난 1959년 발생된 ‘사라’는 특히 경상도에 큰 피해를 남겼다. 사망·실종 849명, 이재민 37만3459명, 총 1900억원(당시 화폐기준)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1972년 ‘베티’는 사망·실종 550명에, 1846억원의 재산손실을 입혔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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