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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주파수 독식은 국민안전ㆍ국가경제 외면한 ‘방송사 몰아주기’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명분도 실익도 없다. 막대한 세수 및 경제 효과가 포기되고, 국민 안전까지 위협받을 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정부, 국민, 산업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방송사만 수혜자가 되는 희한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700㎒ 주파수 분배 문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의 압박에 밀려 결국 황금주파수라 불리던 700㎒ 대역을 모든 지상파에 나눠주기로 했다.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제 5차 주파수정책 소위원회에 출석해 700㎒ 대역을 KBS, MBC, SBS에 더해 EBS까지 지상파 4개사 5개 채널에 배분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700㎒대역은 아날로그 TV 방송이 종료됨에 따라 남게 된 698~806㎒의 108㎒폭의 주파수다. 주파수가 손실없이 멀리까지 전달돼 ‘황금 대역’으로 불린다. 정부는 작년 말 이 대역에서 20㎒폭을 국가 재난망 구축용으로 할당했다. 미래부는 이를 제외한 해당 대역을 통신용으로 배분하자고 했으나 방송사를 뒤에 업은 국회의 강경한 입장에 밀려 지상파 4사 5개 채널에 각 6㎒씩 총30㎒를 내주기로 했다. 통신용은 남은 40㎒폭뿐이다. 방송사와 국회는 ‘주파수 게임’에서 완벽한 승리를 한 셈이다. 대신 국민과 정부, 통신 소비자는 모두 완벽한 패배자가 됐다.

그 대가는 혹독하다. 먼저 막대한 경제 효과가 물거품이 될 지경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700㎒ 대역을 통신사에 팔 때 정부의 주파수 경매 수입을 10년간 2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방송용 배분으로 최소 1조원의 정부 수입이 날아간다. 방송사는 전파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디지털전환으로 인한 유휴주파수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할 경우 방송용보다 10배의 GDP 증가 효과와 5배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연구 지표가 방송용보다 통신용 활용의 경제적 효과가 압도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 115개국이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일부만이라도 방송사 배분을 추진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민 안전에도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주파수 할당에 EBS를 포함시키면서 통신용-방송용 사이 보호대역을 10㎒폭에서 5㎒폭으로, 방송용과 재난망 사이 보호 대역을 3㎒폭에서 2㎒폭으로 줄이기로 했다. 주파수를 잘 몰라도 서로 간격이 줄면 간섭 이 심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차의 안전운행이나 재난시 통신용으로 쓰는 재난용 주파수에 간섭이 생기기라도 하면 대형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국회와 방송사는 ‘공익’을 내세우지만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는 6.8%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5700만명이다. 통신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사물인터넷으로 주파수 수요는 더욱 증가할으로 전망된다. 국민과 시장, 시대의 요구에 귀를 닫고 ‘먹통’된 방송사와 국회, 그리고 여기에 장단맞추는 정부 정책이 대한민국을 ‘통신 먹통’ ‘안전 먹통’으로 만들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주파수 논의,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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