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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솔직하거나 당하거나…손호준·김영철 ‘관찰예능’의 강자들
리얼버라이어티서 관찰예능 변화로
연예인 역할·대중 요구수준 달라져
화려한 개인기·공격형 구사보다
실제 모습·수비형 스타일 각광
백종원·광희·김광규등 트렌드 부합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관찰예능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면 적어도 새로운 소통방식 정도는 보여주어야 한다.

우선 과거의 인물이 아닌 현재의 인물로 존재해야 한다. 요즘 관찰예능에서 현재성을 가지며 잘나가는 사람은 손호준, 백종원, 광희, 김영철, 김광규 등이다. 

도박 사건으로 자숙하다 최근 복귀한 이수근은 과거처럼 토크 사이에 살짝살짝 훈수하고 상황극을 하는 것으로는 현재의 인물이 될 수 없다. 그런 것으로는 이제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재미를 주기 힘들어졌다. 붐도 마찬가지다. 깝치고 화려한 개인기를 보는주는 게 과거에는 재밌다고 해줬지만 이제는 효력이 떨어진다.

현재의 인간으로 보일만한 새로운 소통법을 개발해야 한다. 아예 김병만처럼 자기 세계가 너무 확실해 대체 불가 인물이 돼버리면 과거의 인물이냐, 현재의 인물이냐는 조건에 덜 좌우된다.

광희도 과거 같으면 자신을 부각시키기 힘들다. 노래도 잘못하는 가수인데다, 방식과 테크닉으로서의 그의 토크는 한계에 봉착했었다. 하지만 그는 솔직함으로 현재의 인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광희가 ‘무한도전’ 덕을 많이 보고는 있지만 그것만이 요즘 인기의 이유는 아니다. 광희만큼 솔직하게 모든 걸 다 드러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백종원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관찰예능 스타일로 넘어오면서 출연자들의 인성(人性)이 전보다 훨씬 더 잘 보인다. 그런 점에서 공격형을 구사하는 사람은 힘들어질 수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므로, 먼저 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유리했지만, 관찰예능에서는 공격형보다는 수비형이나 당하는 스타일이 좋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실제 모습이어야 한다. 예능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도 진짜라면 괜찮다.
손호준

손호준은 웃기기 위해 남을 공격하는 토크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백종원이 수시로 하는 말인 “아니에유”는 당하는 캐릭터라는 걸 의미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채팅창을 통해 계속 공격의 글이 올라오면 툴툴거리기도 하지만 입장을 밝히고 변명을 귀엽게 하는 거다.(이 과정에서 삐치고 새침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 등 실시간 소통으로 잔 재미를 준다) 백종원이 ‘마리텔’에서 우승 부상으로 받은 1분 간의 자기 PR시간에 “제 와이프 예쁘게 좀 봐주세유. 알고 보면 착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것도 애티튜드가 좋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사례다.

공격적이지 않고 일상적인 김광규도 관찰예능에 부합된다. 김광규는 예능권력이 된 ‘삼시세끼-정선편’에 고정멤버로 들어와도 별 반발이 없다. 장수원도 ‘로봇 연기’때문에 예능에 계속 나오는 게 아니라 공격성이 전혀 없는 선량함과 담백함이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썰전’에서 김구라도 “장수원은 놀렸는데 정색하지 않고 겸손,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이윤석은 “장수원은 연예계의 노자. 마음을 비우고 흘러가는대로~”라고 했다.
김영철

김영철도 사실은 당하는 이미지다. 그 점에 더해 16년동안 한번도 사고를 친 적이 없고 밝은 이미지를 유지하며, 열심히 하는 것(‘진짜사나이’에서 잘 못하는 훈련, 힘든 훈련 일정중에서도 틈만 나면 웃겨야 한다는 개그맨의 본분을 잃지 않는다)이 플러스 요인이다.

김구라는 특이한 케이스다. 공격형 캐릭터인데도 살아남는다. 김구라는 확고한 대체불가형 캐릭터인데다, 그의 공격은 상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하는 훌륭한 도구로 쓰이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김구라도 알고보면 예전보다 많이 당하고 있다. ‘동상이몽’에서는 유재석 등 출연자들에게 조금씩 당하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고, ‘라디오스타’에서 톰과 제리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윤종신에게도 수시로 혼 나고 있다. ‘복면가왕’에서는 대머리 가발을 쓰고 있고 추리를 잘못해 플라워의 고유진 앞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예능에서 연예인들은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다. 과거에는 토크건 몸짓이건 웃기면 됐지만, 그들의 역할과 대중의 요구 수준은 달라지고 있다. 이연복 셰프는 “연예인만 TV에 나오라는 법이 있냐”고 말했다. 관찰예능 시대에는 연예인들이 갈수록 쉽지 않을 전망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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