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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家 경영 '금녀의 벽' 깨졌다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각 가계 소유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식을 각 가계의 아들 직계에게만 상속하고, 배우자와 딸 또는 제3자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은 딸이나 배우자, 배우자의 가족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에 절대 참여할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동경영 합의서에 명시된 ‘금녀의 벽’이 마침내 깨졌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의 딸 박주형씨(35)가 금호석화 상무로 선임돼 본격적인 경영일선에 나서면서다. 

금호그룹 69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으로서 그룹경영에 참여하게 된 박주형 상무.

7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동경영 합의서에 따르면, 고 박인천 창업주 이후 박성용ㆍ정구ㆍ삼구ㆍ찬구 4형제는 총 10여개 조항으로 된 그룹 공동경영 합의문을 작성했다. 2002년 1차본을 작성한 후 2005년과 2006년 두번의 개정을 거쳤다.이 문서는 변호사 공증까지 받았다.

그중 3조와 6조는 여성의 경영참여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식을 아들 직계에게만 상속하고 배우자나 딸 등 여성에게는 상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에도 절대 참여할 수 없다. 재벌들의 ‘남성 상속 원칙’은 그동안 공공연히 통용돼 왔지만, 이처럼 문서에 명시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잔재한 탓이다. 또한 사위가 경영권을 갖게돼 추후 가족간 분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남성 상속을 여전히 선호한다”고 전했다.

박찬구 회장은 평소 “여성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그룹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수차례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형 금호석화 구매자금담당 상무는 이화여대를 졸업해 미국에서 연수 및 인턴생활을 한 후 2010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해왔다. 박 상무는 2012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취득해 여성 최초로 대주주에 올랐으며 현재 총 0.6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편으로는 박찬구 회장이 형제간의 공동경영 합의서가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합의문은 ‘4가계가 금호그룹에 4분의 1씩 균등 출자, 공동으로 경영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단독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박찬구 회장 측의 주장이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여 ‘균등출자’ 원칙을 먼저 깼다고 맞서고 있다.

두 형제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2009년 소원해졌다. 그러나 금호석화가 최근 “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 등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시켜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계열제외신청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패소하면서 법적으로는 여전히 ‘한지붕(한 기업집단)’에 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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