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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그리스]”고통분담해봐도 미래없다“... 실업률 50% 청춘의 반란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그리스 국민이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제시한 긴축 프로그램을 거부했다. 유로존에서 퇴출돼 외톨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도 채권단의 긴축을 거부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스가 5일(현지시간) 실시한 채권단의 제안에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는 당초 박빙이 예상됐다. 하자민 예상을 크게 벗어나 반대가 61%로 찬성(39%)을 20% 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이같은 그리스 국민의 선택은 채권단의 긴축 정책을 실시해와야 오히려 경제만 쪼그라들고, 결국 국가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은층의 반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18~35세의 젊은 층의 ‘반대’가 월등했다. 49.7%에 이르는 살인적인 실업률 속에 지난 5년간 구제금융으로 강요 받은 긴축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그리스 젊은층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찬성이든 반대든 어차피 배는 고플 것이고 그렇다면 긴축에 저항하는 모습이 낫다”는 것이다. 장년층도 긴축 프로그램을 통해 채권단이 요구한 것 이상으로 부채를 줄여왔지만 나아지는게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국민투표에 앞서 세계 경제석학간에 벌어진 논쟁도 그리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도한 복지지출과 흥청망청한 정부의 재정지출뿐만 아니라, 회원국의 경제규모와 상관없이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이 많았다.

채권단은 재정난의 이유로는 산업 경쟁력 저하, 과도한 복지지출, 모럴 해저드 등을 거론해왔다. IMF와 유로존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한편 정부의 채무상환능력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채무조정과 정부지출을 축소하는 긴축 프로그램을 처방으로 삼았다. 앞서 2012년 국제 채권단은 그리스에 13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하고 민간 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2000억 유로 가운데 절반을 덜어줬다. 더불어 정부부채를 낮추고, ‘고통분담’ 차원에서 연금개혁 등 긴축안을 주문했다. 채권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에 달한 그리스 정부부채 비율이 2020년 120%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긴축안을 이행했지만, 정부부채 비율은 2018년 180%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2009년 2640억 달러이던 그리스 GDP가 지난해 1994억 달러로 25% 이상 추락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는 2차 구제금융 연장과 긴축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갔고, IMF는 그리스 채무 30%를 탕감해주는 채무 조정안을 제시했다. 다시 한번 ‘구제금융+긴축+채무조정’ 처방이 나왔고 그리스 국민이 이날 긴축 처방을 거부한 것이다.

앞서 긴축 처방 한계론이 끊임없이 지적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불황에 시달리는 나라를 계속 쥐어짜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성장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 및 구조적 개혁도 필요하지만, 미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적자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본질적으로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유로존은 경상수지 흑자국들과 경상수지 적자국들이 한데 모여 출범했다. 경상수지 적자국이었던 그리스는 유로화 도입으로 환율정책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잃었다.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유로화를 버리고 자국 통화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그리스 정부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고 정부 인력은 25% 감소했고, 사실 너무 관대했던 연금도 급감했다”면서 “그러나 지금 그리스 경제는 붕괴했다. 재정수입을 끌어내린 긴축 조치들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침체를 가져오지 않으면서 재정 적자를 통제한, 긴축이 성공한 사례들은 전형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통화정책을 사용한 국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국 통화가 없는 그리스에는 이런 선택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채권단이그리스로부터 돈을 받아내기보다는 그리스의 현 좌파 성향 정권 퇴진을 더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채권단이 “결국은 (그리스) 정부를 괴롭혀 (그리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과 배치되는 일을 받아들이도록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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