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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세계유산 등재 내용과 형식 절묘한 타협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흔히들 외교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일본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막전막후 외교전은 한편의 종합예술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강제노동’의 의미를 담으면서도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주석과 일본 대표단의 발언문을 연계하는 타협점을 찾았다.

먼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

일본은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정부대표단 발언을 통해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다”고 밝혔다.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노역’이라는 것은 사실상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강제노동 논란을 피하기 위해 23개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하면서 등재시기를 1850년에서 1910년으로 못 박았던 일본이 ‘1940년대’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이 대외적으로, 국제무대, 국제기구에서 공식적으로 이렇게 발언한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등재심사가 연기되는 막판까지도 ‘강제’(forced) 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등재 결정문 본문에 강제노역을 직접 명시하는 대신 일본 정부대표단의 발표문을 ‘토의요록’에 들어가도록 하고 이를 결정문 주석에 연계시키도록 했기 때문이다.

주석은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발표를 주목한다”고 적시했다. 해당 주석은 결정문 본문의 “각 시설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적시한 부분에 걸린다.

일각에선 일본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을 배상 근거로 활용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표현을 본문에 직접 넣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강제노역에 대해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한 것이지 법적인 문제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배상 문제는 별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강제노역 문구가 주석에 우회적으로 반영된데 대해서는 “일본 대표단이 직접 언급한 발언을 결정문에 다 넣을 수는 없다”며 “발언록은 전체적인 공식 문서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후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정보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후속조치를 점검하기 위해 일본에게 2017년 12월까지 세계유산센터에 그동안의 경과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이듬해인 2018년 열리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과보고서 작성이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MOS) 조언을 구하도록 돼있는 등 2중, 3중의 점검장치가 돼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자신의 침략보다는 원폭 피해를 더 부각시키는 등 과거사와 관련해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취할지는 미지수다.

극단적으로 일본이 작정하고 별다른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게 될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결국 양심의 문제”이라며 “독일이 취한 조치와 대조적으로 되면 결국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심에 반하는 것이고 그야말로 국가의 위신과 진실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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