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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캐릭터의 역설, 노잼ㆍ지루ㆍ안웃기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노잼 캐릭터‘, ‘지루 캐릭터’, ‘안웃기는 형돈’...

독일의 다니엘이 JTBC ‘비정상회담’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첫마디는 “노잼 캐릭터”였다. 노잼 캐릭터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픈 다니엘이라고 고백 겸 소개를 했다.

김일우는 지난달 26일 SBS ‘불타는 청춘‘이 시작하자 마자 “게시판에 김일우는 지루하다고 쓰여있었다“면서 고민을 밝혔다. 하지만 동료들과 제작진의 계속되는 ‘지루 드립’에 힘입어 김일우는 캐릭터를 제대로 잡았다. ‘지루일우‘ 또는 ‘지루이루’. 그날 김일우가 지루하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그의 분량은 크게 줄어들 뻔 했다.

예능에서 재미 없고, 지루하며, 안 웃긴다는 것은 엄청난 약점이다. 하지만 이걸 확실한 캐릭터 포인트로 활용하는 예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른바 캐릭터의 역설이다.

다니엘은 말만 하면 다른 비정상들이 재미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절로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처음 만남을 어색해하던 김일우도 ”재미없다“, ”지루하다“, ”뭘 해도 못한다“는 반응을 인정하면서 이를 약간 즐기는 상황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장수원이 발연기보다 더하다는 로봇연기로 오히려 예능적 웃음을 주며 코믹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같은 현상은 일찍이 ‘무한도전‘에서 안웃기는 형돈, 어색한 형돈을 생명력 강한 캐릭터로 만들어낸 김태호 PD의 성공사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예능 캐릭터의 역사에서 길이길이 빛날만한 사건이요 업적이다.

하지만 예능에서 역설적인 캐릭터, 반전 캐릭터로 인기를 얻는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성공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노잼이나 지루, 안웃기는 형돈은 그 자체로 대중으로 하여금 주목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예능에 나와 그냥 지나가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역할이다.)

다니엘에 대한 기사 댓글 중에 “다니엘은 웃기려고 하면 노잼, 안웃기려 하면 꿀잼”이라는 표현이 있다. 다니엘은 조근조근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며, 상대의 말을 경청할 줄 안다. 서유럽인인 그는 자기만이 최고라고 우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히틀러는 부끄러운 역사”라며 나치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안다. 그런 솔직함과 선함이 다니엘의 미덕이다. 다니엘은 굳이 웃기지 않아도 된다.

김일우도 ‘지루 캐릭터’로 약간은 주목받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김일우의 인간적인 매력이나 느낌, 스타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른다. 그런 점들이 앞으로 그가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지을 것이다.

장수원도 로봇연기보다는 담백함과 선량함을 지니고 있기에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움, 다시 말해 그 사람안에 그대로 들어있는 속성을 바탕으로 하는 캐릭터의 역설은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예능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것이 리얼 시대의 소통법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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