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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ter 엔터] ‘민상토론’ 이어 ‘무도’도 징계…비판은 관두고 바보흉내만 내라고?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BS2 ‘개그콘서트’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린 ‘민상토론’에 이어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 역시 징계를 받았다.

두 프로그램에선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능함을 다뤘다. ‘민상토론’의 경우 신랄한 직절화법의 코미디가 아니다. 단지 사안만을 입에 올릴 뿐 직접적인 저격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상토론’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입에 올린 것을 두고 ‘불쾌감을 유발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무한도전’ 역시 메르스 사태를 다루며 ‘낙타 같은 동물을 피하라’라고 말하며 ‘중동지역’이라고 특정하지 않은 것이 표면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방송에서 ‘무한도전’은 보건당국이 공개한 메르스 예방법을 비판하며 ‘낙타를 어디서 보냐’고 일갈해 화제가 됐다. 

두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 조치가 내려지자, 한국PD연합회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일 PD연합회는 “‘무한도전’에 대한 징계는 코미디다. 보건당국이 공개한 ‘메르스 예방법’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 본질”이라며 “핵심은 감염자,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는데, 계속 ‘낙타와의 접촉 금지’를 외치는 보건의 무사안일을 비판한 것이다. 이것이 정부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고, 방통심의위는 징계로 화답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방통심의위는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대한 권력의 심기 불편, 그 권력을 대변하는 일부 단체의 민원 제기, 민원제기에 따른 방통심의위의 신속한 징계처리가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한다는 점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자는 코미디의 본령이다. ‘코미디’를 근간으로 인식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지난 몇 해 사이 풍자와 세태 비판을 웃음에 버무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단지 허무하게 웃고 마는 예능이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며 공감대를 쌓았다. ‘무한도전’은 이 때마다 그 중심에 있었다.

‘개그콘서트’의 시사풍자 코미디 역시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해왔으나 걸핏하면 남발하는 징계의 칼날 위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등장한 ‘민상토론’은 ‘토론’ 형식을 취한 코너답게 한 주간의 이슈가 던져지면, 유민상 김대성은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대며 황망한 웃음짓기를 반복한다. 두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 법은 없다. 유민상은 “그런 걸 왜 개그맨들에게 물어보냐”며 당혹스러워하면 박영진은 “개그맨이니까 바보흉내나 내겠다?”라고 꼬집는다.

이 코너는 우리 사회를 ‘풍자’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온 ‘개콘’ 스스로를 향한 고해성사이며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의 이름을 올리거나 패러디조차 할 수 없는 사회상을 함께 담아낸 코미디다.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맨얼굴과 일등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현실을 고스란히 TV로 옮기며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두 편의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 조치는 PD연합회의 성명처럼 ‘웃지 못할 코미디’이며, ‘말 할 수 없는 사회’의 단면으로 비친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전파를 사용하는 TV는 이제 시청자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기 위해 허망한 웃음만 남발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말할 수 없는 나라, 그로 인해 ‘소통’을 원천봉쇄하는 나라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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