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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편 내 편이 없다’…靑ㆍ劉ㆍ野 국회 운영위서 대좌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네 편, 내 편이 없다. 한자리에 앉지만 피아(彼我)를 구별할 수 없다. 국회 운영위원회에 모일 청와대와 야당, 그리고 여당, 정확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얘기다. 국회법개정안에서부터 촉발된 논란은 이들 사이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그만큼 어지러운 공방이 예고된다.
운영위 일정에 여야가 극적 합의한 과정도 숨 가빴다. 원래 2일 운영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새누리당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파행에 직면했다. 새누리당이 연기를 요청한 이유로도 청와대가 불참의사를 밝혔다는 주장과 이를 부인하는 청와대 입장이 나오면서 혼선을 빚었다.

야당은 이에 반발, 이날 오전 10시께 단독으로 운영위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고, 제출 시한을 코앞에 두고서 새누리당이 긴급 여야 회동을 요청했다. 오전 10시 30분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는 3일 운영위를 열기로 극적 합의했다. 
3일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회의실을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위원장석에 ‘유승민’이란 이름이 눈길을 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민감한 시기에 연기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전달했고, 결산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에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또 “청와대에서도 수긍했다”고 덧붙였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국회입법조사처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국회법 등을 논의하는 상임위원회다. 운영위원장은 유승민 원내대표이며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ㆍ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각각 여야 간사를 맡고 있다.

소관기관으론 국회사무처, 국회입법조사처, 국가인권위원회 외에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운영위 전체회의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참석할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조ㆍ이 원내수석부대표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이들이 선명하게 ‘적ㆍ아군’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일단 국회법개정안을 두곤 청와대 외에도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논란을 거듭한 끝에 새누리당은 본회의에서 국회법개정안 표결에 불참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눈치 보기를 넘어 굴종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조ㆍ이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개정안 논의를 일선에서 담당한 주역들. 야당은 청와대를 상대로, 또 여당을 상대로 거센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청와대와 여당이 공동전선을 구축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무성 대표가 끝까지 운영위 일정을 연기할 만큼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의 대좌는 피하고픈 자리다. 공개석상인 만큼 노골적인 대립을 보일 수 없더라도 미묘한 긴장감까지 없앨 순 없다. 한편은 사퇴 압력을, 또 한편은 이를 버티는 관계다.

오히려 야당도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심판’ 발언이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선거법 위반인지 유권해석을 진행하는 등 유 원내대표 사퇴 압력이 청와대의 월권이라 비판하고 있다. 유승민 사퇴 압력에 대해선 국회가 함께 청와대와 대립하는 모양새다.

치열한 공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공격하고 방어하는지, 쉽사리 구별하기 힘든 형국이다. 여야 갈등에 당청갈등까지 얽히면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같은 복잡한 갈등 구조와 관련, “아직 한국 정치에서 3권분립에 대한 철학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며 “예전과 달리 당청갈등이 크게 불거지는 것도 조금씩 한국정치가 변화하는 양상이라 볼 수 있다. 대통령제에 대한 철학을 정치권이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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