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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미의 무비 for U] ‘나 아직 쓸모있어’ 노장 터미네이터의 귀환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돌아온 슈워제네거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의 대명사나 다름 없습니다. 맷 데이먼이 ‘본’이고,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그 자체이듯 말이죠.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로 돌아온 슈워제네거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희끗해진 머리카락, 깊게 패인 주름은 세월을 실감하게 하지만, 일흔 노장 터미네이터는 위화감이 없습니다. 영화는 슈워제네거의 존재감에 상당 부분 의지한 채, 인류의 희망이었던 ‘존 코너’(제이슨 클락 분)를 악당으로 전복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2029년, 군사 방위 목적으로 개발된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은 인류를 적으로 간주해 핵 전쟁을 일으키려 합니다. 인간저항군을 이끄는 존 코너는 자신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 분)를 구하고 스카이넷의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해 그의 ‘오른팔’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 분)를 1984년 과거로 보냅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당도한 1984년은 예상한 풍경과는 달랐습니다. 존 코너가 스카이넷의 계략으로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하면서,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 T-800은 사상 최강의 적 T-3000과 맞서게 됩니다. 

시간여행에 균열이 생기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는 뒤섞이고, 생물처럼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하죠. 메시지는 새롭지도, 심오하지도 않습니다. 그 와중에 묘한 감동을 주는 건 노장 슈워제네거의 분투입니다. 30여 년의 시간은 어느덧 노인이 된 그를 관객 앞에 데려놓습니다. 로봇의 피부도 인간의 생체조직과 유사해 노화한다는 설정으로 외모 변화는 설득력을 얻습니다. 슈워제네거는 “난 늙었지만 쓸모없지 않아”라는 T-800의 대사를 증명하려는 듯한 활약을 펼칩니다. 그렇다고 노욕의 원맨쇼는 아닙니다. 사라 코너가 위기에 처할 때, 적재적소에서 묵직한 액션을 선보이죠.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T-800과 사라 코너의 관계 묘사입니다. 두 사람이 유사 부녀관계로 설정되면서, 드라마는 한층 풍성해집니다. T-800은 사라 코너가 부모를 잃은 아홉 살 때부터 그녀를 돌봅니다. T-800이 총알을 장전하며 카일 리스의 속도를 견제하는 모습은, 딸의 남자친구를 마뜩치 않아 하는 아버지처럼 보여 웃음을 자아내죠. T-800이 ‘아 윌 비 백!’(I’ll be back!)을 외치며 낙하하는 장면, 카일 리스에게 사라를 부탁하며 몸을 내던지는 장면은, 그가 용광로에서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던 ‘터미네이터2’(1991)의 엔딩과 겹치며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합니다. 돌아온 터미네이터도, 건재한 슈워제네거도 반갑습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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