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총천연색 여름, 흑백사진의 향연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올 여름 미술가에선 굵직한 사진전이 잇달아 열린다. 아날로그 흑백 필름에 지난 20세기를 기록한 해외 작고 작가들의 전시다.

성곡미술관은 보모 출신으로 베일에 감춰진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전과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게리 위노그랜드(1928~1986)전으로 여름 특별전을 열었다. 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미국 풍경사진의 거장 안셀 아담스(1902~1984)의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총천연색 여름, 흑백사진들의 향연이 이채롭다.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 ©Vivian Maier/Maloof Collection, Courtesy Howard Greenberg Gallery, New York [사진제공=성곡미술관]

▶비비안 마이어×게리 위노그랜드전(7.2~9.20)=성곡미술관은 비비안 마이어의 ‘내니의 비밀’과 게리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전을 동시에 개최했다. 현재 세계 순회전이 진행중인데, 두 작가의 전시가 동시에 한자리에서 열리는 것은 한국이 최초다. 각각의 전시로도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마이어와 위노그랜드는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풍경을 담은 거리 사진가다. 재밌는 것은 위노그랜드가 생전에 이미 전문 사진가로서 명성을 떨쳤던데 비해, 마이어는 사후에 그의 작품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리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Women Are Beautiful)’ ©Garry Winogrand [사진제공=성곡미술관]

미술관 측은 프로와 아마추어 거리 사진가들의 전시를 나란히 놓고 ‘예술이란,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저에는 ‘우리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있다.

마이어는 현재 세계 사진계 이슈의 중심에 있다. 베일에 감춰진 인생 역정이 더해져 그녀와 그녀의 사진들을 둘러싸고 극적인 스토리가 확장중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보모로 생계를 유지하며 사진을 찍어왔는데, 생전에는 단 한번도 자신의 전시를 해 본 적이 없다. 2007년 부동산업자인 존 말루프가 우연히 한 창고세일에서 마이어의 네거티브 필름 등을 구입한 후부터 그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존 말루프가 만든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올해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말루프 이 외에도 제프리 골드스타인 등이 대표적인 ‘마이어 연구가’로 꼽히는데, 이들은 본업을 뒤로 하고 마이어 일대기를 추적중이다.

이번 한국 전시에는 말루프 컬렉션이 들어왔다. 마이어는 생전에 전시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 세계 순회전에서 선보이는 ‘인화된’ 마이어 사진들은 컬렉터, 혹은 전시 기획자들에 의해 편집된 사진들이다. 사진 출판권을 놓고도 논쟁이 한창이다.

흑백사진 78점, 컬러사진 20점을 꼼꼼히 훑는 것도 좋지만, ‘누가 내니의 사진을 가져갔나’라는 타이틀의 70분짜리 BBC 영상이 진득하게 볼 만하다. 마이어가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는지 알 수 있다.

마이어 스토리에 압도돼 위노그랜드 사진들을 그냥 스치면 전시의 반을 놓치게 된다. 1975년 뉴욕현대미술관의 존 자르코브스키는 위노그랜드가 거리와 공원에서 몰래 찍은 여성들의 사진 85점을 선정해 ‘여성은 아름답다’라는 사진집을 냈는데, 여기에 실린 빈티지 프린트 사진들이 전시장에 나와 있다. 작가가 촬영하고 작가 생전에 직접 인화한 프린트다. 남성 작가가 바라본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그리 편협하지는 않다. 

The Tetons and the Snake River. [출처=전시 공식 홈페이지(www.anseladams.kr)]

▶안셀 아담스전(8.20~10.19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안셀 아담스는 미국 풍경사진의 거장으로 꼽힌다. 원시 자연의 풍경을 흑백의 짙은 질감으로 표현했던 작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1919년 시에라 지역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조직된 시에라클럽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환경운동가이자 사진가로의 길을 걷게 됐다.

사진계에서는 ‘존 시스템(Zone System)’을 고안한 것으로 더 유명하다. 과거 아날로그 사진이 직관과 경험에 의존한 것이었다면 아담스는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해 흑백사진의 표현력을 최고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공식을 만든 것. 과학적인 숫자와 데이터에 의존해 사진의 노출과 현상 전 과정을 단계별로 이론화시켰다.

이번 전시는 ‘안셀 아담스와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안셀 아담스와 함께 동료 작가들의 사진 작품 150여점으로 꾸려진다. 아담스의 암실 조수이자 디지털 작업 전문가인 테드 올랜드, 아담스의 어시스트이자 아담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진가로 알려진 알렌 로스, 아담스의 제자이자 갤러리스트인 밥 콜브레너 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am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