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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官주도 태극기 70일 달기 운동…애국심 고취? 시대착오적 행정?
광복70년-태극기달기 70일…행자부, 각 지자체에 협조요청
캠페인 평가는 ‘극과 극’



경남 함양군 수동면의 작은 마을, 20여 가구가 채 되지 않는 곳이지만 ‘태극기 수’는 여느 마을 못지 않다. 집집 대문마다 매일 태극기가 걸려 있기 때문. 벌써 25일 째다. 함양군청은 반상회보ㆍ이장회보 등에 홍보물을 내고 엠프 방송으로도 태극기 게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곳 주민 임주영(55ㆍ가명) 씨는 “면에서 광복절까지 70일 동안 태극기를 달아두라는 협조 요청이 내려와 태극기를 게양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부터 ‘광복 70주년, 태극기 사랑 70일 운동’을 추진해 왔다. 광복절까지 70일 동안 태극기를 달아서 애국심을 고양하자는 취지다. 오는 7일 한달째를 맞는 이 캠페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김혜영 행자부 의정담당관은 “각 지자체들이 매우 협조적으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특히 야당ㆍ여당 가리지 않고 지자체장들이 나라사랑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각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태극기 달기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홍섭 서울 마포구청장은 “지난해는 구청에 대형 태극기를 걸었는데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조금 더 특별한 해”라며 “구민들이 더 큰 애국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특색 있게 태극기를 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사건과 올해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정부 기능 실종을 목격하고 국민들 사이에 나라 불신이 높아진 가운데,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관 주도로 ‘하달’하는 식의 행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국민에게 애국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광복 70주년이라고 70일 동안 태극기를 달라는 것은 분명 ‘오바’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필요한 기능을 잘 하고 사회 신뢰가 높아지면 애국심은 저절로 생길텐데 오히려 권위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부 행정이 역효과만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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