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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 어느덧 서른여섯 ‘이태원 패터슨’…이제그만 돌아오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18년째 살인범 없는 살인으로 남아 있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의자 아더 패터슨(36ㆍ사건당시 18세ㆍ사진)의 국내 송환이 또다시 미뤄졌습니다.

패터슨이 한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냈던 인신보호청원이 지난 5월 항소심서 기각돼 송환이 임박한 듯했지만, 패터슨이 다시 지난달 19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재심 절차를 밟게 됐기 때문입니다.

말이 재심이지 재심 기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언제 확정 재심을 받고 송환될지, 오더라도 언제쯤일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끔직한 범행의 주인공이 10대 소년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았었는데, 이제 그 소년이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됐습니다.

이러는 동안 피해자 가족들은 억울하게 죽은 아들을 해원(解冤)해주지 못한 죄의식에 시달리는 고통의 삶을 살아왔고, 이런 탓에 한국 수사 당국의 무능함이 오랜동안 지적되고 있습니다.

1997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학생 살인사건은 초기 수사의 허점으로 미국인 신분이던 유력 용의자가 본국으로 도주해 14년간 미궁에 빠졌다가 2011년 미 수사 당국의 협조로 용의자 검거에 성공, 몇년째 한국 송환 절차만 밟고 있는 장기 미제 사건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당시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닥쳐왔던 1997년 봄, 목요일이었던 4월 3일 밤 10시였습니다. 홍익대를 다니던 당시 나이 스물둘 조중필 군은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던 중이었습니다.

용산구 이태원동을 지나다 소변이 마려워 마침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국 남성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본 주한미군의 아들 패터슨은 친구에게 뭔가 보여주겠다며 조군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패터슨은 소변을 보던 조 군의 뒤에서 그의 왼쪽 목 네곳, 오른쪽 목 세곳, 가슴 두곳 등 총 아홉군데를 소지하고 있던 날카로운 주머니칼로 찔렀습니다.

범행을 저지르고 화장실서 나온 패터슨은 교포 친구 에드워드 리에게 자기가 일을 저질렀다 말했고, 이를 믿지 못하겠단 표정을 짓자 그럼 직접 가서 보라고 했습니다.

에드워드는 화장실에 가봤고 20대 남성이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고, 주홍빛 혈흔히 외벽에 흩뿌려진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후 119가 출동했지만 출혈이 심했던 조군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죠.

같은 용의선상에 오른 두 사람은 서로 조군을 죽인 범인은 상대방이라며 자신은 구경만 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검찰은 엉뚱하게도 조군의 부검 결과 가해자는 피해자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었을 것이란 소견과 주변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몸집이 더 큰 에드워드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합니다.

패터슨은 흉기소지 혐의로만 1년6개월만 구형을 받은 뒤 출소했고, 에드워드는 살인 혐의를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2년에 걸친 재판 끝에 1999년 대법원으로부터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는 과정에서 조군의 가족은 패터슨을 유력 용의자로 보고 살인 혐의로 다시 고소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검찰은 1999년 8월 인사이동 과정에서 패터슨에 대해 사흘간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 미국으로 도주케 만들고 맙니다.

눈앞에서 피의자를 놓친 조군의 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냈고 재수사 요청을 줄곧 제기했지만 용의자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이 사건을 다룬 영화가 상영되면서 재조명받게 됐고, 재조사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검찰은 패터슨이 도주한지 10년이 지난 2009년에야 미 당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2년 뒤 행적이 묘연했던 패터슨이 미 수사기관에 검거됐고 한국 송환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듬해인 2012년 미 LA 연방법원은 1년여의 심리 끝에 송환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패터슨이 인신보호청원을 거듭 요청하면서 올해까지 몇년째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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