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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위기종 ‘나무캥거루’ 다른 종에 입양 성공... '세계최초'
[헤럴드경제=김성우 인턴기자]호주 전문가들이 엄마 캥거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어린 캥거루를 다른종 캥거루에 입양 시켜 살려냈다.

호주의 아델레이드 동물원측은 29일 (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수의사들이 세계 최초로 나무캥거루 새끼를 왈라비 대리모에게 맡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화제가 된 나무캥거루 새끼 마카이아(Makaia)는 겨우내 어미를 잃었다. 지난해 11월 사육사들은 떨어진 나무가지에 깔려 죽어있는 엄마와 마카이아를 발견했고, 마카아만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구출된 마카이아는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사람의 손에 자라기엔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나무캥거루가 속한 유대류(有袋類)는 태반의 발달 정도가 떨어져서 새끼를 미성숙상태로 낳을 수밖에 없고, 미성숙한 새끼는 어미 배에 있는 육아낭(育兒囊·Brood pouch)에서 자라야 한다.

아델레이드 동물원 사육사들에게 구출된 마카이아 [사진 = abc뉴스 (아델레이드 동물원 제공)]

이에 마카이아가 살기 위해서 대리모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무캥거루는 멸종위기종으로 대리모를 맡아줄 어미 개체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최근 30년 간 개체 수가 급감한 나무캥거루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이 상황에서 동물원의 사육사와 수의사들은 어미 왈라비를 대리모로 삼아, 미숙아 상태인 마카이아를 입양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마카이아를 발견한 아델레이드 동물원은 지난 1990년 이래 왈라비 입양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나무캥거루와 왈라비 같은 먼 친척종 간의 입양은 첫 시도였다. 왈라비와 나무캥거루는 외모부터 신체적인 특징과 습생까지 많은 부분이 달랐다.

“만약 왈라비가 마카이아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어린 꼬마(joey)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행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abc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수의사 데이빗 맥렐랜드 박사는 당시를 무모했던 시도로 떠올렸다.

전문가들은 마카이아가 새로운 주머니에 안착하도록 밤낮으로 왈라비와 나무캥거루 모자를 살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마카이아는 새엄마 주머니 밖으로 머리를 쏙 내밀었다. 이는 마카이아가 왈라비를 어미로 받아들였다는 신호였다.

왈라비 새끼주머니 속의 마카이아 [사진 = abc뉴스 (아델레이드 동물원 제공)]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4시간, 우리는 몹시 흥분돼 있었어요. 확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마카이아는 왈라비들보다 더 잘 해냈습니다” 야생동물 팀 리더인 게일 메일즈는 이날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마카이아는 새엄마의 주머니 속에서 무럭무럭 성장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델레이드 동물원의 성과는 멸종위기에 놓인 유대류 동물을 구하는데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동물원 측도 아델레이드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다른 단체에 적극 협조하겠단 뜻을 밝혔다.

ks00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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