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와 철강, 조선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신흥국 환율 리스크로 8000억원 가량 환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조선분야에서는 지난 1월 일본 조선사들에 수주 1위 자리를 내줬고, 철강업계는 ‘원고 엔저’ 여파로 지난 4월 수출이 6% 감소했다.
▶美서 캠리보다 비싼 쏘나타=북미시장에서 일본 차 메이커는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면서 ‘일본차 킬러’ 현대ㆍ기아차의 기세를 꺾고 있다.
소형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역시 평균가격은 1만9475달러(2158만원)로, 도요타 코롤라 1만8072달러(2002만원)보다 150만원 비싸다.
도요타는 지난해 9월 신형 캠리를 출시하면서 주행성능과 편의사항을 대폭 개선했지만 가격은 크게 올리지 않았다. 도요타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서 엔저효과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가격 상한폭을 억제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닛산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육박했던 2013년 미국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가운데 7개 모델 가격을 최대 10.7% 인하했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와 국산차의 가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이유다. 여기에는 현대ㆍ기아차의 품질향상을 기반으로 한 제값받기 정책도 한몫했다.
엔저로 수익이 개선된 일본 브랜드는 달러 인센티브도 대폭 올렸다. 인센티브란 자동차 업체가 딜러사에 주는 판매 장려금을 말한다. 차량 한대를 판매하는데 받는 인센티브를 올릴수록 실제 판매가격은 낮아진다. 소비자로서는 구매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해 12월(3672달러)과 올해 3월(3184달러)로 대당 3000달러가 넘는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산업평균 2600달러에 비하면 최대 1000달러 가량 많다. 가격인하와 파격 인센티브로 닛산과 도요타의 판매는 지난해 각각 11.1%, 6.2% 증가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4% 증가에 그쳤다.
일본 차메이커의 파상공세는 엔저 덕이 크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표시 일본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져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도요타의 연간 영업이익이 400억엔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도요타는 2조7502억엔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자ㆍ조선ㆍ철강도 환율 공습=전자업계도 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8000억원, 6000억원 환손실을 입었다. 신흥국 통화약세가 치명타를 입혔다.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지난 1년새 38%, 59% 각각 떨어졌다.
철강업계 역시 ‘원고엔저’로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 철강재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증가세가 둔화되더니 지난 4월 마이너스 6.0%로 주저앉았다. 반면, 일본 철강재 수출 증가율은 15.6%로 반등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를 포함한 중소 수출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제품과 기술 경쟁력으로 환율 변동에 취약해 대기업에 비해 환율변동에 따른 환손실액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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