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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뮤직차트] 솔리드ㆍR.efㆍ신승훈ㆍ김건모…1996년 여름 ‘별들의 전쟁’

기사입력 2015-06-28 09:50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라이벌로 꼽히는 가수들이 차트에서 벌이는 대결은 언제나 흥미롭다. 특히 앨범 발매일이 서로 겹치는 라이벌 가수들 간의 차트 대결은 서로 간의 우열이 바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자존심을 건 싸움이기도 하다. IMF 사태 직전이자 한국이 가장 호황기를 누렸던 끝물인 1996년 여름, 가요계에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별들의 전쟁’이 펼쳐졌었다.


전쟁의 서막을 연 주인공은 한국 알앤비(R&B)의 ‘조상님’인 그룹 솔리드(Solid)였다. 솔리드는 지난 1995년 2집 ‘더 매직 오브 에잇 볼(The Magic of 8 Ball)’의 수록곡 ‘이 밤의 끝을 잡고’를 히트시키며 한국에 본격적으로 ‘빠다냄새’가 나는 알앤비를 선보였다. 1996년 4월 3집 ‘라이트 카메라 액션(Light Camera Action)’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솔리드는 타이틀곡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를 KBS ‘가요톱10’ 5월 셋째 주 차트 정상에 올렸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솔리드를 가로막은 대항마는 그룹 알이에프(R.ef)였다. 1995년 데뷔와 동시에 가요계에 레이브 댄스 뮤직 열풍을 일으켰던 알이에프는 1996년 4월 2집 ‘백 투 더 블랙(Back To The Black)’을 발표하며 열풍을 이어갔다. 알이에프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 ‘찬란한 사랑’을 5월 다섯째 주 ‘가요톱10’ 정상에 올리며 솔리드를 2주 만에 끌어내렸다. 이 곡은 당시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멤버 이성욱의 ‘오글거리는’ 절규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알이에프의 천하는 솔리드보다 더 짧았다. ‘찬란한 사랑’은 바로 다음 주인 6월 첫째 주 ‘가요톱10’ 방송에서 신승훈의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1996년 5월에 발매된 신승훈 5집은 대한민국 공식 기네스북에 최다 판매 앨범으로 등재된 김건모 3집(286만장)에 이어 역대 2위의 판매고(248만장)를 기록한 ‘초대박’ 히트작이다.

그런 신승훈조차도 차트 정상에 머무르는 데 허락된 시간은 단 1주에 불과했다. 거인 신승훈을 끌어내린 주인공은 바로 김건모였다. 소속사에서 독립한 김건모는 1996년 5월 직접 프로듀싱을 맡아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한 4집 ‘익스체인지(Exchange)’를 내놓았다. 이 앨범의 수록곡 ‘스피드’는 코미디언 남철-남성남 콤비의 ‘왔다리 갔다리’ 춤에서 착안한 안무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6월 둘째 주 ‘가요톱10’ 정상의 자리를 밟았다. 이후 ‘스피드’의 행보는 거침없었고, 김건모의 ‘골든컵(가요톱텐 5주 연속 1위 곡에게 주어지는 트로피)’ 차지는 기정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김건모의 대권행보는 느닷없이 등장한 신인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김건모가 ‘가요톱10’ 5주 연속 1위를 저지한 곡은 그룹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였다. 공교롭게도 클론은 김건모의 전 소속사인 라인음향 소속 신인이었다. 이후 ‘쿵따리 샤바라’는 8월 둘째 주까지 내리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클론에게 ‘골든컵’을 안겨줬다. 1996년 여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진 곡은 ‘쿵따리 샤바라’였다. 1996년 여름에 펼쳐진 ‘별들의 전쟁’의 승리자는 솔리드도 알이에프도 신승훈도 김건모도 아닌 클론이었던 셈이다. 운명은 참으로 얄궂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