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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공화국①> 총리가 된 검사, 법치주의 리디자인(Redesign)...공안통치 우려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국무총리는 정부를 통할(統轄) 조정하는 소사이어티 디자이너(Society Designer)이다.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라는 점에서 ‘1인지하 만인지상’의 조선시대 영의정과 비슷하다.

검사는 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고, 형벌의 양을 정하는 재판에 피의자와 범죄사실을 회부(기소:起訴)하는 국가기관이다. 판결 업무를 제외하고는 사헌부와 의금부 기능을 합친 기관이다. 이 짧은 설명으로 검사를 다 말할 수는 없다.


판사가 숱한 세상 갈등의 ‘최소한’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는 선고기일에만 국민의 주목을 받는다면, 검사는 문제가 되는 인간 행위의 관찰에서부터 구형(형량의 청구) 단계까지 관심의 대상이 된다.

검사는 숱한 세상 갈등을 두루 지켜보다가 다툼이 발생할 때, 또는 자기 스스로 ‘정의를 위해’ 특정 분야나 인물의 비리 단죄를 기획할 때 부터, 정보수집, 내사, 수사, 소환, 조사기법, 부검, 구속여부, 혐의 적용 범위, 기소, 구형, 재판정 심문 등과 관련한 사항을 일일이 정해 처리하면서 자신의 권력과 권능을 행사한다.

걸려 든 사람은 범죄정보 수집단계에서부터 법정 구형까지 검사의 모든 행보에 맞춰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두려움에 떨며, 더러는 스스로 목숨까지 버리는데 비해, 검사는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는 순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건을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사는 의제 설정자(Agenda Setter)이자, 이슈 디자이너(Issue Designer)이고, 나아가 사회를 환기시킨 주역이라는 ‘생래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부여받고 있다. 신랑감 1위이고, 어느 조직이든 영입 1순위이다. 검사 출신 법률가들은 어느새 정ㆍ관계, 재계 등 각 부문에 포진, 우리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다분히 한국적인’ 이 어마어마한 권력 때문에 검사는 새 정부 집권 초기에는 자신의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국정방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면서 주가를 올린 뒤, 집권 중ㆍ후반기에는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견제성 의제를 스스로 설정해, 가차없이 단죄하면서 자신의 권력이 죽지 않았음을 과시하곤 했다.

전두환, 노태우는 임기 후 단죄됐지만,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모두 재임 중 측근이나 친인척의 감옥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 ‘파워 아젠다 세터’들은 지금 ‘검찰 공화국’을 만들고 있다.

검사가 총리가 됐다. 황교안은 정홍원에 이어 두 번째 검사 출신 총리이다. 검사 출신 총리는 의제 설정과 소아시어티 디자인 두 개의 능력을 동시에 거머쥔다. 기반은 법치주의.

정 전 총리 재임중에는 검사 출신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아젠다 디자인’이 이뤄졌지만, 김 전 실장이 없는 지금, 황 총리 취임을 계기로 대통령 국정 보좌의 무게중심이 청와대 비서실에서 총리실로 옮겨지는 듯 하다.

검사 출신 ‘실세 총리’의 등장은 명실상부한 법치국가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죄가 있는 곳에 벌이 있음으로써 난맥상을 제거해 나가고, 규정과 약속에 따라 나라 살림이 운영되는 청사진이다. 검사 출신 다운 강한 추진력,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 정착, 안전 매뉴얼의 준수을 담보할 강한 실행력도 기대된다.

황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안전한 사회, 잘사는 나라, 올바른 국가를 이루는데, 공권력과 행정력은 핵심 에너지이다.

힘은 선용하면 국가발전 동력이지만, 악용되면 금수(禽獸)의 발톱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여기면서 탐욕과 빗나간 목적 달성만을 위해 힘을 사용하는 경우를 우리는 적지 않게 목도한다.

‘양심’에 따라, ‘국민행복’을 위해, 힘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소독점 주의’의 달콤함에 길들여진 검찰권력이 행정권력을 새롭게 장착해 ‘공안 통치’를 감행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피해자는 국민이 되고, 권력 중에서 가장 나약한 경제분야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황총리가 재임 내내 염두에 두어야 할 두 개의 키워드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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