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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메르스로 울고 웃는 政治… 박근혜vs김무성vs박원순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전 국민이 시름을 앓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경제는 멈췄습니다. 근래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대재앙이란 말이 결코 과장돼 보이지 않는 현실입니다.

영웅은 위기에 등장한다고 했나요? 메르스 공포가 커질수록 리더십에 대한 갈망도 커집니다. 죽음에 직면하며 종교가 생기듯, 혼란이 거세질수록 국민은 정치(政治)에 기대를 걸게 됩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입니다. 그래서 위기는 갈림길입니다. 누군가에겐 기회를, 또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메르스는 분명 위기입니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질타와 지지가 정치권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메르스 대처에 따라 희비도 극명하게 갈립니다.

메르스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지는 형국입니다.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질타가 끊이질 않습니다. 방미까지 취소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효과는 미비해 보입니다.

결과는 지지율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국갤럽이 최근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해 ‘긍정적’이라 평가한 답변이 29%에 그쳤습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최저치입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이는 61%에 이르렀습니다.

3주 전만 해도 같은 조사에서 지지율이 40%였다는 점과 비교할 때, 메르스가 확산된 이후 11%포인트나 폭락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좀 더 심각해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50대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49%로, 긍정평가(40%)를 앞질렀습니다. 지역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 지역 역시 직전 평가까진 긍정이 부정을 앞섰지만, 이번에는 부정이 51%로 긍정(41%)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50대, 대구ㆍ경북은 박 대통령 부동의 지지층으로 불리는 지역 계층입니다. 메르스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지지율이 급변했을까요? 메르스가 장기화되면 장기화될수록 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더 커질 조짐입니다. 

연말정산 사태 때에도 박 대통령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당시에도 지지율은 폭락했죠. 하지만, 발빠르게 후속 대책이 나오면서 어렵지 않게 진화됐습니다. 지지율도 이내 회복됐죠. 이번에도 범정부 차원의 후속 대책이 쏟아지지만 좀처럼 메르스가 잡히질 않습니다. 국가적으로도 큰 재앙일뿐더러, 박 대통령 개인으로도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메르스가 위기이자 재앙임은 분명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 발 빠른 대처로 관심을 받는 정치인도 있습니다. 여권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연일 메르스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국밥집에 가 직접 국밥을 먹고, 모두가 방문하길 꺼려하는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과도한 공포는 금물”이라는 메시지를 말로, 또 몸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입니다.

당연히 논란은 있습니다. 이런 시국에 경제활동을 독려하는 게 맞느냐는 반발이죠.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메시지는 꾸준해 보입니다. 말이 아닌 현장과 행동으로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의 행보를 두고 ‘비판’은 있을지언정 ‘비난’이 쏟아지는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정치는 결국 설득의 싸움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진심 어린 충정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또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는 정치인이 아닌 학자에 가깝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무성 대표는 메르스에 대처하는 정치인의 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이는 박원순 시장이겠습니다. 박 시장은 온 국민이 병원 이름 짜맞추기에 혼란스러워 할 때 긴급 브리핑으로 병원 공개에 나섰습니다. 논란도 일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혼선을 빚는다는 우려가 불거졌습니다. 해당 의사 환자가 사실 관계가 틀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메르스 발생 병원 공개를 단행했습니다.

최근에는 메르스 극복 임시특별법 제정도 제안했습니다. 역학조사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밝혔습니다. 추후 전염병 대응을 위한 백서도 만들겠다고 합니다.

서울시 차원을 뛰어넘는 정책 면면을 보며 이제 박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권주자로의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메르스가 오히려 박 시장에겐 최대 기회가 된 셈입니다. 최근 지지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랐습니다.

메르스는 언젠가 종식될 것입니다. 아니, 하루빨리 그래야만 하겠죠. 하지만, 메르스가 남긴 상처는 하루아침에 아물 수 없겠습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메르스가 남긴 희비는 향후 정치권에 오랜 기간 후폭풍으로 남을 전망입니다. 내년 총선, 그 다음 대선까지 메르스 후폭풍이 미칠지 두고 볼 일입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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