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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 기자의 채널고정> 위기인듯 위기아닌 위기같은 예능 3편
* JTBC 비정상회담

김성진= 만족하면서 뒷걸음치는 ★★
고승희= 본질만 잘 지켜주심이… ★★★☆
이혜미= 비정상들 토론은 여전히 즐겁지만 장수 전략이 필요해 ★★★
정진영= ‘웰메이드’ 예능은 분명한데 자체 개혁이 필요한 때 ★★★


* SBS 정글의 법칙

김성진=김병만이 정글에선 유재석 ★★★
고승희=안타까운 괴물 포맷…매번 새로울 필요는 없지만 재미는 좀… ★★☆
이혜미=남발하는 미션, 생존기 초심은 어디로…★★☆
정진영=누가 뭐라 해도 이젠 금요일 저녁의 ‘습관’ ★★★


* KBS2 해피투게더3

김성진=게스트는 바뀌는데 본방인지 재방인지 ★
고승희=하다 못해 옷 색깔이라도 바꿉시다 ☆
이혜미=게스트 따라 오락가락하는 재미 ★★
정진영=포맷은 늘 똑같고 게스트도 대놓고 홍보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무소불위의 권력도 언젠가는 비탈길 아래로 떨어진다. TV 프로그램의 인기도 다르지 않다. 접속창구가 늘어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생명연장의 꿈을 무참히 짓밟는다. 대한민국 시청자는 놀랍도록 트렌드에 민감하고, 조금만 지루해도 참고 봐주지 않는다. 어차피 채널은 널렸기에 잠시 한눈을 팔면 된다. 아님 아예 떠나거나. 때문에 PD들은 “우린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거나, “우린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시청자가 한 프로그램에 온전히 몰입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시간은 평균 6개월에서 1년, 아주 길게 보면 3년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프로그램이 3~4년을 버틴 이후엔 시청자에게 패턴이 읽혀 재미가 사라진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버티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프로그램(MBC 무한도전, KBS2 1박2일)은 실로 위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간신히 연명 중인 프로그램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았다고 다 같은 위기는 아니다. 위기의 단계가 각기 다르다. 세 편의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 3단계’를 살펴볼 수 있다.

1단계는 신선했던 포맷이 진부해지는 과정에 놓이는 시기다. 이 단계는 ‘위기’라고 선을 긋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한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를 그려볼 때 거슬러 올라가면 이 단계를 잘 넘기는 것이 프로그램의 생명 연장에도 영향을 준다. 


JTBC ‘비정상회담’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남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하나의 주제에 대한 알맹이가 꽉찬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인들이 스타 반열에 오를 때쯤 출연자 논란, 기미가요ㆍ욱일기 논란 등 구설에 올랐다. 양극단에 위치한 비난과 응원의 시선이 공존했다. ‘비정상회담’은 그 때마다 놀랍도록 현명한 위기대처능력을 보여줬다. 프로그램이 지켜야할 최우선 가치, 즉 문화적 다양성을 공유하며 서로의 시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외부 논란을 타개했다. 지난 1년간 안방을 찾은 가장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다.

출연자들은 그러나 지난달 26일 방송분을 통해 스스로 ‘위기’라고 진단하며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평균 4~5%대를 유지하던 프로그램이 3%대로 하락했다는 점, 스튜디오 토크의 특성상 확장이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 자가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핵심 가치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다룰 수 있는 내용도 많지만, 예능적 재미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정보적 재미를 주는 데에 그친다”며 “스튜디오물의 특성상 포맷을 확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제작진은 이에 오는 7월 1주년을 기점으로 삼아 변화를 구상, 안정기에 접어든 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2단계는 장수예능 SBS ‘정글의 법칙’의 사례다. 독특했던 포맷이 부침을 겪으며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단계다.


‘정글의 법칙’ 역시 위기라 말하기엔 다소 애매하다. 시청률은 늘상 10% 초반대를 유지한다.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된 금요일 밤 10시, ‘삼시세끼’(tvN)와 ‘프로듀사’(KBS2)를 상대하면서도 ‘정글’의 아성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14일 방송에서 ‘정글의 법칙’(11.0%)은 ‘프로듀사’(12.6%)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시기 콘텐츠 파워 지수(CPI)에서도 ‘정글의 법칙’은 무려 24계단 하락한 41위에 올랐다.

‘대자연에서의 생존’을 핵심가치로 내세우며 전 세계 오지를 찾아다녔던 ‘정글의 법칙’은 매회 같은 그림이 반복된다. 집을 짓고 식재료를 구하고 밥을 해먹는다. 홍일점인 여자 연예인도 한결같이 털털한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위치에 있다. 흥미롭게도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장소, 인물, 테마(주제)에 변화를 주고, 대자연의 풍광에 얽매이지 않고 매회 다양한 장치와 미션 등 새로운 요소로 엮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여배우들의 몸매만 끈질기게 부각되며 불필요한 화제를 낳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젠 그마저도 사라졌다.

‘해피투게더 3’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함에도 “변화의 시기를 놓쳐버린” 대표적인 예능이다. 위기 봉착 3단계에 해당한다. 


‘해피투게더’는 2001년 첫 방송, 쟁반노래방ㆍ동창회ㆍ사우나 형식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시청자와 만났다. 변화가 생존의 힘이었던 과거와 달리 ‘해피투게더 3’는 너무 오래 정체돼있다. 여전히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에 그치는 토크 형태도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일 방송에선 인기 아이돌 카라 구하라의 보톡스 시술 고백까지 끌어냈으나, 시청률은 고작 3.8%에 불과했다. “얼마든지 포맷 변화를 가져갈 수 있음에도 특화되고 트렌디한 아이템을 발굴하지 못했다”(정덕현 평론가)는 지적이 나온다.

TV 프로그램도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두 편의 장수예능 ‘무한도전’과 ‘1박2일’이 보여주는 사례는 ‘위기의 예능’들에 시사점이 많다. 꾸준히 새로움을 시도(‘무한도전’)하거나, 일관되게 독창적인 핵심가치, 즉 보편적인 정서를 유지(1박2일)하는 방식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과거엔 프로그램 하나가 만들어지면 10년을 지속하기도 했으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취향이 다양해진 현재는 2~3년 이상 가는 것도 힘든 구조가 됐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하나의 포맷을 유지하는 것은 과거형 프로그램이 됐다. 미래형 프로그램은 포맷 자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인물이나 소재만 바꿔 적용해도 변모가 가능한 ‘무한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형식이어야 지속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기민하게 포착해서 새로운 자극과 내용을 줘야 한다”며 “콘텐츠의 주기가 짧아진 시대에 같은 성공을 재생산하기가 어렵다. 어제의 성공은 잊고, 새로운 코드를 찾아나가는 재빠른 변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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