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 H스포츠=수원, 김성은기자 ] 선발이 활약 하니, 불펜이 휘청한다.
항상 문제로 작용했던 kt의 선발이 연이어 호투를 보였다. kt에게도 승리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정대현과 옥스프링에 이어 엄상백까지, 3명의 투수가 모두 QS를 기록했다. 그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kt의 선발들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며 kt도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선발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니, 뒷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엄상백은 오늘 88개의 공을 뿌리며 단 2개의 피안타로 두산 타선을 틀어 막았다. 장성우의 멀티 홈런에 힘 입어 6이닝 1실점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4-1 스코어로 앞선 상황에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창재 선수는 7회에 올라와 첫 타자 정진호 선수를 좌익수 뜬 공으로 잡으며 상쾌한 7회를 여는 듯 했다. 하지만 이어 올라온 최주환을 상대로 볼넷을 주기 시작하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1사 1루에 주자를 올린 이창재는 김재호에게 안타를 맞으며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했다.
오늘 2실점을 기록한 주권 ⓒkt 위즈 |
kt는 믿어 의심치 않는 장시환을 올렸다. 7회에 일찍이 올라온 장시환은 타석에서 만난 정수빈을 땅볼처리하며 2사 2,3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7회 마무리까지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장시환마저 흔들렸다. 이어 올라온 주자 장민석에게 연이어 볼을 4개 던지며 2사 만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 다음 타자는 두산의 3번 타자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결국 안타를 쳤고 2루와 3루주자를 불러들이며 2실점을 기록했다. 4-1의 스코어로 승리요건을 갖추고 내려간 엄상백의 승리가 4-3의 스코어까지 바짝 쫓기며 날아가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렸다.
결국 장시환은 4번타자 김재환에게 내야안타를 맞았다. 급한 상황에 놓인 kt 야수들은 서두르다 3루수 이지찬의 실책으로 3루에 있던 주자를 불러들였다. 점수는 4-4. 엄상백의 승리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6회까지 완벽에 가까웠던 엄상백의 호투가 허투루 돌아갔다. 장시환의 실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올라온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으며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점수는 4-5. 6회동안 1실점으로 막았던 경기가 단 7회 한 이닝만으로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8회 네 번째 투수로 올라온 주권도 선두타자부터 무너졌다. 선두타자로 올라온 정진호를 상대로 3루타를 맞은 주권은 3루에 주자를 흘리고 흔들렸다. 결국 다음 타자에게도 볼넷을 허용했다.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한 주권은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주권의 뒤를 이은 선수는 조무근이었다. 조무근마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실점을 기록했다. 좀처럼 8회의 첫 아웃카운트가 잡히지 않았다.
결국 kt는 김사율을 올렸다. 8회 올라온 투수만 3명이었다. 3명의 투수가 올라오는 동안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김사율은 번트를 잡으며 기다리던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후 만루 상황에서 때려낸 병살을 잡으며 8회를 마무리 지었다. 기나긴 이닝이었다.
어제는 실책으로 팽팽했던 접전이 두산으로 넘어갔다. 오늘은 다 이긴 경기를 뒷문이 지켜내지 못하며 경기의 판도가 한방에 뒤집혔다. 막내의 호투에 힘 입어 두산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꿈꿨던 kt였지만 뻥 뚫린 뒷문을 계산하지 못했다. 선발의 호투에도 뒤집히는 kt는 내일 어떤 경기를 펼쳐야 할까.cielish@h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