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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돈된다면 남북한 가리지않고…中부호 ‘부루마블 코리아’ 열풍
마윈창업 알리페이 명동역 광고도배
패션기업 랑시 신동일회장 아가방인수
시양그룹은 북한에 대규모 투자 실패 눈물
장시엔윈 분마그룹회장 제주에 6000억투자



[슈퍼리치섹션] 서울 명동에 들를 때마다 중국 대표부자 중 하나인 마윈(51)의 잔상과 마주칩니다. 바로 이곳 지하상가와 지하철역을 도배하다시피 한 ‘즈푸바오(支付寶ㆍ알리페이)’ 벽보광고 때문인데요. 알리페이는 마윈이 창업한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 산하 전자결제업체입니다.

최근 그는 몸소 한국을 찾아 국내시장 ‘러브콜’을 본격화하기도 했죠. 중국 기업은 1000만명에 육박한 자국의 한국 관광객을 넘어 일반 한국인과의 접점도 크게 넓히고 있습니다. 마윈은 일종의 ‘상징’입니다. 이웃나라에서 돈 벌 기회를 찾는 중국 부자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도 있습니다. 제주도에선 중국 자본의 개발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돈줄을 찾는 대륙부호의 레이더는 남한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에 끌려 거액을 쏟아붓기도 합니다. 이들의 행보는 ‘부루마블(재산증식형 게임)’을 현실에서 보는 듯합니다.

1. 명동역을 도배한 알리페이 광고, 2. 저우푸런 시양그룹 회장, 3. 신동일 랑시그룹 회장(가운데)과 중국 중앙민족대학 조선족 학생들 4. 장시엔윈 분마그룹 회장(오른쪽)과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아가방 인수한 조선족 거부(巨富), ‘윈-윈’으로 승승장구?=지난해 9월, 한국을 대표하는 유아용품기업 ‘아가방앤컴퍼니’의 최대주주 자리가 중국 기업인으로 바뀌었습니다. 현지 패션기업 랑즈(朗姿ㆍ이하 랑시(LANCY))그룹 창업자 신동일(43) 회장인데요.

랑시그룹은 2010년 한국에 세운 ‘라임패션코리아’를 통해 아가방앤컴퍼니 최대주주였던 김욱 회장 보유지분 17.8% 가운데 15.3%를 320억원에 인수합니다. 주식 인수는 작년 11월 마무리됐습니다. 올 1분기 아가방앤컴퍼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랑시코리아(주)로 상호를 바꾼 라임패션코리아는 지분 26.6%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공동창업자인 여동생 신금화(40) 사장과 함께 랑시그룹 지분 59%를 갖고 있는 신 회장은 중국동포 3세입니다. 동북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으로 1998년 베이징에서 의류무역으로 사업을 일으켜 지금의 랑시그룹을 만듭니다. 현재 중국에서 ‘랑시’는 재킷 하나에 우리 돈 2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급 브랜드라고 합니다.

탄탄한 실적도 명성을 뒷받침합니다. 2012년 기준 랑시의 영업이익은 2110억원(12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4%가량 늘었습니다. 선전증시에도 상장한 랑시의 시가총액은 지난 22일 현재 2조5620억원(145억6000만위안)에 달합니다.

아가방 지분 인수는 고급 이미지가 붙은 한국 브랜드를 앞세워 급성장하는 중국 유아용품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그는 이달 초엔 알리바바의 주요 파트너로 활약 중인 판매대행업체 지분도 인수했습니다. 아가방의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하기 위해섭니다.

그래서 일까요. 신 회장 행보에 힘 입은 아가방은 국내서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알리바바의 마 회장이 한국에 머물고 있던 지난 19일, 아가방앤컴퍼니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습니다.

결국 신 회장의 한국기업 인수는 자신의 사업확장과 아가방의 중국진출에 모두 도움이 되는 윈윈(win win)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5455억원(31억위안ㆍ후룬연구소 집계) 정도였던 그의 개인자산 규모도 이번 사업을 발판 삼아 ‘점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북한 투자 실패로 날아간 ‘500대기업’ 꿈=그렇다고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한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저우푸런(周福仁ㆍ58) 시양(西洋)그룹 회장입니다. 그는 북한에 투자했다 실패한 대표적인 중국 기업인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랴오닝(遼寧)성 출신인 저우 회장은 ‘돈 냄새’를 잘 맡는 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스로도 “컴퓨터 두뇌를 가졌다”고 할 만큼 사업에 수완을 보여왔는데요. 1988년 그가 세운 시양그룹은 2000년대 중반 랴오닝성 최대 민간기업으로 컸습니다. 당시 이 회사는 비료ㆍ철강ㆍ마그네사이트 가공 등의 분야에 계열사 20여개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시양그룹의 주력사업은 제철산업 내화재로 쓰이는 마그네사이트인데요. 세계 공급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였죠.

저우 회장의 꿈도 ‘세계 마그네사이트시장 독점자, 세계 500대기업 진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꿈은 북한 투자 결정을 기점으로 현실과 점차 멀어집니다.

2006년 10월 저우 회장의 시양그룹은 북한 당국과 ‘양펑합영회사(洋峰合營會社)’라는 합작기업 설립에 합의합니다. 황해남도 옹진군의 철광석 등 광산 채굴 및 개발이 목적이었습니다. 북한은 마그네사이트 매장량만 60억t(세계3위)에 달합니다.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봐도 북한산 마그네사이트는 중국산보다 t당 50달러나 쌌습니다.

저우 회장은 이 사업을 ‘남는 장사’라고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여간 시양그룹은 북한에 총 422억원(2억4000만위안)을 투자합니다. 연간 50만t 생산이 가능한 채굴ㆍ정제시설은 물론 대규모의 직원기숙사도 짓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시양그룹과 북한당국 간 마찰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저우 회장 측은 북한당국이 당초 계약에 없던 각종 고정비용을 요구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북한 측이 시양그룹의 생산품 판매ㆍ관리권 독점까지 원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중국 외교부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2012년 2월 북한 당국은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저우 회장은 투자금도 못 건지고 퇴출당했습니다. 이후 그는 투자 실패로 회사 재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고 중국 언론을 통해 밝힙니다. 자금 부족으로 일부 공장은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포브스는 “저우 회장의 ‘세계 500대 기업 진입’ 꿈은 영영 멀어졌다”고 평합니다.

3년이 지났지만 저우 회장과 그의 회사는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듯합니다.

그의 개인 자산도 감소 중입니다. 2012년 북한 투자 실패 당시 후룬리포트 집계 기준 2조원(110억위안)에 달했던 저우 회장의 자산규모는 2013년 1조8400억원(105억위안), 올해 초엔 1조6000억원(92억위안)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중국물건 한국에 판다”, 절강 상인의 야심=제주도에도 중국 부호들의 투자가 한창입니다. 이들의 돈은 주로 리조트나 관광지개발 등 부동산에 몰려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쪽 분야는 투자금 회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립니다. 여러 변수도 있어 아직은 성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런데 이들 투자자 중 눈에 띄는 민간기업 총수가 있습니다. 바로 장시엔윈(蔣賢云ㆍ53) 헤이룽장분마실업그룹(黑龍江奔馬集團ㆍ이하 분마그룹) 회장입니다.

개인자산만 1760억원(10억위안)정도로 추정되는 장 회장은 2001년 분마그룹을 세웠습니다. 장 회장이 6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 그룹의 주력업종은 백화점 사업 등 부동산개발입니다.

‘전공’을 살린 것일까요. 2010년 4월 장 회장은 중국 상무부에서 투자승인을 받아 제주이호랜드(주)와 합작해 ‘제주분마이호랜드(주)’를 설립합니다.

2009년 9월 분마그룹과 제주이호랜드가 체결한 투자양해각서에 따르면 장 회장 측은 이호유원지 사업에 총 6000억원을 투자하게 됩니다. 중국 본토기업인으로 제주도 투자에 나선 건 그가 처음이었습니다. 2011년엔 제주도 영주권도 받았는데요. 이 또한 제주도에 돈을 넣은 외국인으로선 최초였습니다.

제주에 투자한 외국인과 관련, 각종 ‘최초’기록을 가진 장 회장은 저장(浙江)성 출신입니다. 저장성상인창업촉진회(浙江省浙商創業創新促進會) 회원이기도 한데요. 지난해 2월 저장성 관영언론인 ‘시장도보(市場導報)’는 한국 진출에 대한 장 회장의 포부를 이렇게 전합니다.

“2006년부터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 땅을 매입해 정품을 취급하는 면세점과 호텔 등을 세우고자 한다. 지리적 위치만 괜찮으면 우수한 브랜드들도 자연스레 입점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중국의 상품, 나아가 저장성의 상품을 가져다 한국에 팔 계획이다”

제주도에서 시작된 그의 이 같은 ‘한국 마케팅’ 구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분마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1일 서울서 개최한 ‘차이나위크’에 참석해 또 다른 기회를 엿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반도에 야심차게 뛰어든 대륙부자의 투자 성적은 학점으로 치면 A도 있고 F도 있습니다. 아직 결론 내기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대륙재벌의 ‘부루마블’ 행보가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단 것이죠. 우리에겐 위협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대륙부호 만한전석(滿漢全席)
만한전석은 청나라 궁정에서 열던 성대한 연회자리 또는 이때 나오는 일련의 요리들을 뜻합니다. 연회가 열리는 사흘간 중국 남방요리 54가지와 북방요리 54가지 등 최소 108종류의 음식이 나옵니다. 중화요리 최고의‘ 작품’입니다. 현재 중국엔 만한전석요리 수만큼이나 다양한‘ 부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도 제각각입니다. 본받을 만한 기업가나 천재사업가도 있지만, 정반대의 부호도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섹션은 이들 중국 부호의 다양한 면면을‘ 대륙부호 만한전석’ 시리즈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중국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후강통 시대를 맞아
중국 슈퍼리치와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스토리에 대한 생생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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