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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한국 현대철학(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동녘)=‘
우리에게도 철학이 있을까’. 학문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누구나 드는 의문이다. 이 책은 격변의 역사 앞에서 스스로 달리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독자적인 사유를 펼치고자 지적 모험에 나선 ‘우리 철학자’를 찾아나선다. 인간과 삶, 사회 및 역사, 자연과 우주 등 현대철학의 주요 주제들을 진지하게 탐색하며 자신의 사상을 다듬은 이들을 ‘우리 철학자’로 이름짓고 그 안에 최제우, 나철, 박은식, 신채호, 박치우, 박종홍, 함석헌 등을 자리매김시켰다. 책이 소개한 ’우리 철학자‘들은 기존의 학제화된 틀에서 벗어난 이들이다. 최제우와 동학, 나철과 대종교, 신채호 등은 철학계에서 중시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히려 신비주의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일관된 이론의 부재를 지적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이들이 기존의 전통과 기나긴 수용의 역사를 벗어났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소공인(전순옥 지음, 뿌리와이파리)=고용없는 성장의 시대, 시장 골목 골목의 공인들에게서 기술과 제조의 미래를 그려보인 현장보고서. 1970년 오빠 전태일의 분신 이후 봉제공장 시다로,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함께 노동운동으로 청춘을 보낸 뒤 유학과 성공회대 교수,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소공인 이야기는 그의 태생으로 돌아가 희망을 찾는 이야기로 읽힌다. 의류, 봉제, 수제화, 가방 등 전통적인 소규모 제조업 분야의 장인들을 만나 그들의 일과 삶을 재조명한 작업은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국회발의와 함께 시작됐다. 소공인이란 누구인지, 그들이 왜 중요한지, 소공인 문제에 천착하게 된 이유, 장인들과의 인연이 인터뷰 속에 담겨 있다.

▶트렁크(김려령 지음, 창비)=‘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네번째 장편소설. 일상적 삶에 내재된 폭력성을 고발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결혼과 사랑의 이면에 주목했다. 올해 스물아홉살 주인공 인지는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 VIP팀에서 차장으로 일한다. 다른 부서의 사원들이 미혼 남녀의 결혼을 연결하는 것과 달리 인지는 직접 VIP회원의 기간제 부인이 되는 일을 맡고 있다. 인지는 대학졸업 후 출판사 면접에서 떨어진 날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입사 제의를 받는다. 그 때만 해도 그런 일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대학시절 사랑했던 사람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멸시를 한 엄마에 대한 반감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일을 택한다. 다섯번의 결혼의 우여곡절, 다섯명의 남편과의 생활, 서른살 생일 인지는 함께 해온 트렁크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소설은 3포 세대의 결혼과 연애를 더 앞으로 밀고 간다. 계약결혼, 성소수자 등 공동체 규범의 경계를 슬쩍 넘어 현실을 바라본 얘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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