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이 당 소속 기초단체장협의회 정책간담회에 참석, ‘필드’에서 뛰는 기초단체장들에게 당 혁신과 관련해 쓴소리를 들었다. 지난 2월 전당대회 이후 처음 열리는 간담회다.

박우섭 기초단체협의회장(인천 남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등 13명의 기초단체장들은 문 대표를 향해 당이 여의도 정치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호남정치의 복원’을 주문했다. 특히 이들은 당이 전날 공식적으로 출범을 알린 ‘초계파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지방 정부ㆍ정치 대표자가 포함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5가지 사항을 담은 건의문을 내놓았다.

박우섭 협의회장은 “모두 당이 위기라고 하는데 최대 위기는 위기를 인식하지 못할 때”라며 “위기를 인정하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직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당이 여의도 정치 중심으로 돌아가고 운영된다”며 “지역의 정치 역량이 당 운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향점은 삶을 위한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심하게 표현하면 여의도를 위한 정치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도 “우리 당의 현실정치의 무게가 여의도이고, 여의도 내에서 자꾸 공방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보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형배 구청장은 그러면서 최근 선거에서 일부 호남 유권자들이 여당을 선택한 걸 언급, “삶을 위한 정치로 가야 한다면 주권자 정치의 복원, 호남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며 “호남은 단순히 공간적 의미의 지역이 아니라 호남엔 민주주의와 인권, 사람다운 세상에 대한 가치(가 있고), 광주는 전략적이고 영민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유권자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요구하는 가치와 이에 부응하는 당의 혁신프로그램이 나와줘야 호남 정치 복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은 “재선, 3선의 공통점 중 하나는 높은 지지율로 성공했다는 것”이라며 “생활정치 기반을 튼튼히 하고 주민친화적, 참여적인 정책으로 지역 유권자들이 신뢰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기초단체협의회는 이날 ▷혁신위원에 지방정부ㆍ정치 대표자 포함 ▷생활정치 확산을 위한 지역별 생활정치위원회 신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전면 혁신 ▷정책전당대회 정례화 및 지방정책 전국화를 위한 지방교육 연수의 주기적인 실시 ▷의사결정구조를 의원총회 중심에서 당헌ㆍ당규대로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로 변화시킬 것 등을 주문하는 건의문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표는 당의 혁신과 관련, “이번에야말로 시늉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혁신을) 실천할 것”이라며 “혁신위원회 설치가 공식적으로 결의되고 좋은 분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셨기 때문에 지도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혁신위원회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번 선거 패배 때마다 계파나 패권주의 또는 탕평 등 혁신을 얘기하는데 반드시 해야 할 혁신 과제”라면서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혁신의 궁극은 우리 당이 국민의 어려운 삶을 해결해주는 유능한 경제정당, 생활정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단체장들이 잘하고 있는 생활정치를 우리 당의 정치로 체화시키면 그것이 궁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재보선 지역) 4곳 중 3곳이 우리 당 단체장들이 아주 잘하고 지지를 받고 있는 곳인데 그 지지가 우리 당 후보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다. 지금 위기 상황이 역설적으로 우리 당이 제대로 혁신해내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오는 31일엔 광역단체장과 정책협의회도 가질 예정이다.

홍성원ㆍ박수진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