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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스타그램 퍼온 사진으로 전시회
[HOOC=이정아 기자] 당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이 갤러리에 전시돼 있다면? 그 ‘작품’이 1억 원에 팔렸다면?

미국의 사진작가 리처드 프린스가 이달 초 뉴욕 맨해튼의 프리즈 갤러리에서 인터넷 사진공유 사이트인 인스타그램에서 ‘퍼온’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전시회 주제는 ‘새로운 얼굴들’. 


갤러리에 전시된 사진 가운데 프린스가 직접 찍은 건 단 한 장도 없습니다. 프린스는 인스타그램에 내걸린 인물 사진을 프린트해 확대하는 ‘스크린샷’ 기법을 이용했을 뿐이죠. 그런데 이렇게 다시 태어난 일부 ‘작품’이 10만 달러(1억1000만 원)에 팔리기까지 합니다.

문제는 작가가 원본에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는 겁니다. 인스타그램 ‘원본’ 확대판 전시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작가가 한 건 고작 사진 아래 캡션을 새로 쓴 것 정도. 게다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당사자에게 사진을 사용하겠다는 허락도 사전에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두고 ‘예술이냐, 도용이냐’ 시비가 불거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인형처럼 청록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자신의 모습을 찍어 사진으로 게재한 ‘doedeere’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이용자. 갤러리에 대문짝만한 크기의 자신의 사진이 떡하니 걸려있는 모습을 보고 그도 적잖이 당황한 모양입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사람들이 문자를 보내주면서 알게 됐습니다. 내 사진이 뉴욕 프리즈 갤러리에 걸려 있다고요. 사진을 써도 된다고 허락한 적도 없는데 문제의 아티스트인 프린스가 그걸 내걸었습니다. 프리뷰에서 벌써 9만 달러에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연 사진작가 프린스는 원래 1970년대부터 책이나 광고, 잡지에 실린 사진을 재촬영해 일정 정도의 변형을 가해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던 아티스트입니다. 프린스의 작품 기법은 지난 2008년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다만 저작권법에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공유 사이트에 ‘모두 공개’ 설정으로 사진을 올렸다면, 프린스가 저작권법을 위배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실상의 재가공 없이 내건 ‘작품’으로 작가가 개인적인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게재된 사진들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저작권을 보호해야 할지 새로운 논쟁이 일 가능성은 다분해 보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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