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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일방적이지도, 강압적이지도 않은…가족소통의 미학
사교육·비만·천재성등 흔한 가족문제
같은 마음·다른 표현방식에 대립할때
상대방 시선 영상보며 입장차 이해
유재석 등 패널·게스트 의견 더하지만
해결책 제시보단 상대마음 열기에 무게



SBS 예능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출연해 다양한 고민들을 일상 관찰 및 토크 형식으로 허심탄회하게 풀어낸다.

10대의 나이는 부모와 소통이 잘 안되는 시기다. ‘동상이몽’은 이 양자를 연결시킨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는 않는다. 자녀와 부모의 입장에서 각각 촬영한 영상물들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엄마나 딸이 ‘마음’은 똑같은데 ‘표현방식’이 달라 서로 오해하게 되고, 소통을 가로막는다. 공부 잘하고 싶은 마음, 살을 빼고 싶은 마음, 운동이나 무용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딸이나 엄마나 비슷하지만, ‘어떻게’ 잘 할 것이냐를 두고는 양측의 의견이 갈린다. 패널과 게스트들의 의견도 나눠진다.

‘동상이몽’은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각각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시작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보면서 “아,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면 성공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소통의 물꼬를 튼 것이다.

그래서 ‘동상이몽’은 가족관계에 있어 자신의 방식을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따뜻한 예능’이다. 엄마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강압적으로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 자식도 부모에게 잘 하고 있는지를 각각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미덕은 강압적이지 않고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선학교에서는 부모와 자식의 상반된 입장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는 이 영상물을 시청각 자료로 활용하며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반 학생들에게 ‘동상이몽’을 틀어줬다는 일산 백신초등학교의 김길중 6학년 담임교사는 “요즘 10대들은 욕이 일상화 돼있는데, ‘동상이몽’에도 욕으로 인해 고민이 있는 출연자가 나왔기에 반 아이들과 함께 시청했다”며 “방송을 보고, 학생들과 바른 언어 사용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어 유익했다”고 했다.

1등에 집착하는 엄마 때문에 힘들어 하는 고2 김현아 양도 좋은 소재가 됐다. ‘현대 무용계의 김연아’로 불리는 김현아 양은 각종 콩쿠르를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늘 1등만을 바라는 엄마에게 “코치가 아닌 엄마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방송은 한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는 자녀를 둔 부모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고, 엄마의 역할은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농구 선수 생활을 해본 서장훈이 패널로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 많은 조언을 제시했다. 초반에는 연예인 패널과 일반인의 토크가 잘 섞이지 못했지만, 고민거리와 연관이 있는 연예인 패널이 나오면서 연예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출연자들이 사교육을 주제로 입담 배틀을 벌였다. 질풍노도 사춘기 자녀와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5회의 출연자는 사교육을 간절히도 원하는 딸 초등생 권다은(13세)양과 아직 나가 놀 나이라는 엄마 이진희(40세)씨의 이야기였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교육 갈등은 ‘하나라도 더 시키려는 엄마와 마지못해 끌려 다니는 자녀’의 갈등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날은 엄마와 딸의 뒤바뀐 이례적인 고민에 출연자들은 입을 ‘쩍~’ 벌리며, 사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출연자들은 사례로 등장한 딸에게 “내 딸 하자”며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처럼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유익한 예능 프로그램인데다, 실제 일반 가정에서 생길법한 고민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시청률로만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제성이 매우 높다.

‘동상이몽’에서 유재석은 균형을 잘 잡는 MC다. 다소 심한 말이 오고가도 유재석이 있으면 막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다. 부모와 자식세대들이 다 함께 보는 ‘동상이몽’에서는 유재석은 MC 적임자다. 유재석은 김구라가 다소 직설적인 관점의 얘기를 내놓아도 잘 끌고간다. 유재석은 양측의 입장이 잘 드러나도록 이야기가 밋밋하면 불을 붙여줘야 하고, 너무 과도하거나 과열되면 슬쩍슬쩍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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